역대 대통령 향한 ‘탄핵’ 발언은 언제, 왜 나왔을까

구민주 기자 2023. 9.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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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부터 윤석열까지…집권 1~2년차 野로부터 ‘탄핵’ 공격
盧 ‘공산당 발언’-李 ‘독도’ ‘4대강’-朴 ‘선거 개입’-文 ‘블랙리스트’ 등 다양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9월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9월5일 설훈 민주당 의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회 내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윤 대통령의 '이념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심각한 대선 불복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제 집권 2년차를 맞은 대통령을 향해 탄핵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비판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 중 여러 차례 야당으로부터 '탄핵' 공격을 받아왔다. 대부분 윤 대통령과 비슷한 집권 2년차 전후로 처음 국회 내에서 공개적으로 탄핵이 언급됐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집권 첫 해부터 탄핵 공세에 시달린 대통령도 있었다. 시사저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처음 탄핵 가능성이 거론된 시점과 그 사유를 되짚어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무현, 집권 직후부터 野로부터 '탄핵 대상' 지목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대통령이다. 당시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 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지만 임기 후반까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탄핵감'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첫 '탄핵' 언급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보다 훨씬 앞선 집권 첫해로 파악된다. 정부 출범 100일을 막 넘긴 2003년 6월, 노 전 대통령의 방일 중 이른바 '공산당 발언'을 야당이 문제 삼으면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대한민국의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이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대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그해 10월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측근 비리로 특검이 추진되면서 야당은 또 한번 '탄핵'은 언급했다.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측근비리를 숨기고 봐주는 것 하나 만으로도 탄핵감"이라며 "대통령 자신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어 있다면 탄핵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야당은 이를 '꼼수'로 규정, 탄핵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집권 첫 해 독도 관련 일본 보도로 휘청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집권 반년도 되지 않아 처음으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탄핵감'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2008년 7월,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일본 총리가 독도 영유권 명기를 통보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발단이었다.

원혜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자리에서 "무엇을 왜 기다려달라고 사정해야 했는지 사정을 밝히라"고 촉구했고 최재성 당시 대변인은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탄핵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윤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어떻게 일본 언론의 술책을 대표연설에서 그대로 옮길 수가 있나"라며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듬해인 2009년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민주당으로부터 공사 중지 요구와 함께 탄핵소추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탄핵론은 당시 의석수 열세였던 야당 내에서도 강경론에 그치면서 추진 동력을 얻진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잇단 '선거개입' 논란…野 "노무현은 고발해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2년차인 2014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은 앞선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비교하며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역시 '탄핵감'임을 강조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인천시장에 출마하는 유정복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출마를) 결단했으니 잘 되기 바란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야당은 즉각 노 전 대통령 사례를 소환하며 "노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고발도 되고 선관위 조치도 받았다"며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덕담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곧장 박 전 대통령이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에게도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의 '탄핵'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박광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명백하게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후인 2017년 3월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재임 중 탄핵으로 물러난 불명예를 안았다.

문재인, 김태우發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의혹 중심에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집권 3년차에 접어들기 직전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민간인사찰‧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으로 발목을 잡혔다. 집권 초 80%에 이르던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한국당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당시 수사관의 폭로로 촉발된 의혹을 문제 삼았다. 이어 "국기문란"이라고 거세게 몰아세우며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처음 '탄핵'을 언급했다.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민간인 사찰 보고를 국기문란, 탄핵가능 사안이라고 말했다"며 "청와대에서 일어난 이번 사안은 그때보다 중하다. 대통령 탄핵감 아닌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례를 소환해 비교한 것이다. 이 무렵 제기된 의혹은 이후 문 전 대통령 임기 말까지 지속됐으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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