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승급 안 시켜준 회사, 남자 직원엔 “가장이니까”[성별임금격차와 싸우다]

임아영 기자 2023. 9.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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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승급조차 막힌 여성들
승격 차별이 임금 차별 직결
“남성 동료와 연 2000만원 차”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다. 그마저도 개별 사업장에 대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통계는 공개되지 않는다.

여성의 몫을 미뤄뒀던 대가는 하나씩 청구서가 돼 날아오고 있다. 영국의 제2의 도시 버밍엄은 5일(현지시간) 대법원의 남녀 동일 임금 판결에 따라 최대 7억6000만파운드(약 1조7000억원)를 지급해야 하는데 재원이 없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과거 버밍엄 시의회는 환경미화와 같이 남성들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줬다. 이에 교육 보조, 급식 등의 업무를 해 온 여성 170명이 지난 2012년 소송을 제기했고 승리한 것이다.

한국에도 이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2회에 걸쳐 성별 임금격차 감소를 위해 노력한 사례를 소개한다. 1회는 5년간 ‘승격 성차별’ 문제와 싸운 KEC 여성 노동자들 이야기다.

이미옥씨(53)는 경북 구미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 KEC에서 35년째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S등급 문턱을 넘지 못했다. KEC의 생산직 등급은 J1-J2-J3에서부터 그 상위등급인 S4-S5-M-L1-L2로 올라간다. J등급에서 S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일반 회사라면 사원에서 대리 승격 정도에 해당한다. 그는 2002년에 S4 승격을 위한 논문을 작성했고 시험도 통과했지만, 승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리자는 “시험은 그저 형식적인 것이고, 단순 업무를 하고 있어 승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고 데이터 관리와 업무 프로그램 수정 및 개발 의뢰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창고에서 제품을 내리고 올리는 업무를 하는 같은 과의 남자 사원은 이후 S등급으로 승격했다. “제가 하는 업무보다 퀄리티가 높은 것이냐?”고 묻자 면접관은 “그 남자 사원은 가장이니 이해하라”고 말했다. 2004년 고과에서 B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S등급으로 승격될 수 있는 대상이 되자 관리자는 2년에 한 번씩 C를 줬다. 관리자는 “회사 정책이 그러니 이해해달라.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남성들은 S등급을 지나 과장, 부장이 됐다. 이씨는 “저한테 일을 배웠던 후배들도 관리자·임원이 돼 과장님, 부장님이라 부르지만 그 사람들은 저를 ‘미옥씨’라고 부른다”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승격 차별은 임금 차별로 이어진다. 이씨보다 1년 후배(현재 S5 등급)인 남성 동료와 비교하면 연간 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KEC 여성 노동자들은 이러한 성별을 이유로 한 승격 차별이 임금 차별로 이어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5년째 싸우고 있다. 지난달 18~19일 KEC 여성 노동자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부지회장(44), 윤수진씨(44), 이미영씨(44), 이종희씨(42) 그리고 이미옥씨를 만났다.

KEC 노동자 이미영씨(왼쪽에서 두번째), 윤수진씨(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부지회장(맨 오른쪽) 등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달 18일 노조 대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 결정문, 민사소송 판결문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업으로 2010년 해고된 김성훈 지회 사무장(맨 왼쪽)은 성차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 체계는 노조가 합의해서 만든 거라는 점에서 맹점이 있다”며 “회사에도 임금 차별하지 말라고 해야 하지만 노조 안에서도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빈 기자
“여성은 J1, 남성은 J2”
출발선부터 시작되는 차별
같은 공고 졸업 후 입사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등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회사는 입사 때부터 남녀를 차별했다. 남성은 공고를 졸업하지 않아도 J2 등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성은 공고를 졸업해도 J1 등급으로 입사했고 J3 등급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 실제 2019년 기준 생산직 전체 노동자 353명 중 남성 노동자가 202명이고 여성 노동자가 151명인데, 남성은 182명(90.1%)이 S4 등급 이상이고 여성은 전원이 J3등급 이하였다.

승격 차별은 임금 차별로 직결된다. KEC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등급’이기 때문이다. 하위 등급의 가장 높은 호봉이 상위 등급의 가장 낮은 호봉보다 기본급이 낮게 설계돼 있다. 급여는 기본급과 그에 연동되는 각종 수당으로 구성돼 있어 기본급이 낮으면 수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윤씨는 “S4등급과 J3 등급은 연봉으로 보면 1000만원 정도 차이난다”며 “사실 여성들 월급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말하기도 창피하다”고 말했다.

2017년 노동부 “KEC, 고용개선조치 필요”
여성 관리자 0%로 업계 기준 미달 공표된 후
노조, 통계 작성 문제제기

KEC 여성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이 회사 노사는 2010년 큰 전환점을 맞는다. 사측의 직장폐쇄 시도에 노조가 1년여 파업 투쟁을 했는데 회사가 여성 기숙사에 용역을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여성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됐다. 김진아 부지회장은 “전에는 노조도 남성 중심이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파업하면서 노동자들이 강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조합원들 사이에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일하는데 임금이 최대 2배까지 차이나는 건 문제 아니냐는 인식이 커졌다. 반도체 부품 제조 기업이기 때문에 여타 제조업보다 여성 비율이 높기도 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2010년 6월30일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며 여성 기숙사에 용역을 투입해 잠자던 여성 직원들을 끌어낸 것을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회사는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조합원들을 구분해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히고 7주간의 교육을 시켰다. KEC지회 제공

2017년 지회에 처음으로 여성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임금 차별에 대한 대응은 분수령을 맞는다. 당시 지회장이었던 이종희씨는 “파업 전에는 노조가 교섭에 들어갈 때도 남성 지도부가 판을 짜기 때문에 여성 저임금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 어려웠다”며 “노조 집행부에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서서히 바뀌어 간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회사는 고용개선조치가 필요한 사업장으로 공표됐다. 고용노동부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제도’에 따라 여성 고용률, 여성 관리자율이 낮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사업장을 매년 공표하는데 KEC는 2017년 여성 관리자 비율이 동종 업계 기준(4.5%)에 미달하는 0%여서 공표 대상이 됐다. 이미옥씨는 “기사를 보고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느껴왔던 남녀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조합원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노조는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트라넷에서 승격 일자, 등급을 모으고 노조 간부들이 일일이 각 부서 동료들에게 입사일, 승격연도, 현재 등급을 조사해 결과를 취합했다. KEC 사례는 노조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노조가 먼저 성별에 따른 차별의 통계적 증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2018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승격 성차별 문제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고 사측과의 단체교섭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2019년 인권위 “승격 성차별” 인정
“설비 능력 있어 남성이 유리” 사측의 주장에
인권위 반박 “능력 없는 남성도 승격시켜”

인권위는 2019년 9월 오랜 기간 누적된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의 승격에서의 성차별을 인정했다. 그리고 회사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 계획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2019년 인권위는 KEC 생산적 여성 노동자들의 승격에서의 성차별을 인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군 근로자 중 S등급으로 승격한 여성은 없었다.

사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남성은 ‘설비(경정비) 능력’이 있어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남녀 모두 3조 3교대로 운영되고, 남녀 근로자의 작업 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다. 게다가 ‘설비 능력’은 인사 규정에 없고 승격 기준으로 근로자들에게 공지된 적도 없었다. 인권위는 경정비 능력이 없어 J1등급으로 입사한 남성도 현재 모두 S등급으로 승격했는데 여성은 공고를 나와도 S등급으로 한 명도 승격하지 못했다면서 회사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회사는 여성은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는 단순 반복 작업에 적합’하거나 ‘위험하고 무거운 부품을 관리하는 업무는 담당하기 어렵다’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인해 여성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수십 년간 회사가 여성들에게 설비 능력에 대한 훈련 기회를 주지 않고 승격에 필요한 교육 기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미영씨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경우도 많은데 회사는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며 낮춰 본다”고 말했다.

2021~2022년 검찰 “대표이사 무혐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고소
검찰의 ‘오랜 관행’ 판단에
대표이사는 책임 피해가

인권위의 시정 권고가 나온 이후인 2019년 10월 지회는 고용노동부에 KEC 대표이사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소한다.

2021년 1월 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과 대구지검 김천지청도 인권위처럼 승진에서 남녀 간 차별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대표이사가 승격 차별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에서 승격 차별은 오랜 관행으로 형성돼 고착화된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대표이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린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김진아 부지회장이 지난달 18일 KEC노조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회는 검찰에 항고했지만 검찰은 2022년 4월 다시 무혐의로 결론 냈다. 검찰은 대표이사가 2019년 인권위 시정 권고 이후 인지했다는 사측의 소명을 인정했다. 김진아 부지회장은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 모두 울었다”며 “관행은 회사가 만든 것인데 책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이 ‘관행’이라고 한 부분에 실망했다. 윤수진씨는 “‘안되는구나’, ‘바뀌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회사 뿐 아니라 법도 여성을 차별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싸움력’이 늘었다. 이미옥씨는 “그때 증거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공문 하나라도 사측에 보냈다면 증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는 정말 승격 차별에 대해 몰랐을까. 이씨는 “교섭에서 수없이 얘기했는데 전달이 안 됐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여는 정이량 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는 법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법인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2022년 법원도 차별은 인정했지만
재산상 손해 청구는 ‘기각’

지회는 2018년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은 3년간 차별이 없었다면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심리 끝에 2022년 11월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는 “남녀 생산직군 근로자들 사이에 ‘승격에서의 차별’이 존재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았을 임금 차액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2000년에 함께 KEC에 입사한 김성훈 노조 사무장과 이미옥씨가 인권위 결정문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0년 해고된 김 사무장은 2005년 S5 등급까지 승격됐지만 이미영씨는 J2등급에 머물렀다. 회사는 인권위의 시정 권고 이후 J1~J3 등급을 통합J등급으로 일원화했다. 한수빈 기자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한 재산상 손해 산정 방법은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차별이 없었더라면 입사 동기 남성 생산직군 근로자들과 비슷하게 승격하여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993년 입사한 원고들이 제시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S4 등급인데 2001년 입사한 원고들이 제시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S5 등급이라는 점에서 근속연수와 주장하는 등급이 거꾸로 된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1심 판결은 이에 따라 재산상 손해 청구는 전부 기각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일부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 요건으로 ‘장기간·지속적으로 차별적 처우’를 들면서 2000년 4월 입사한 남성 노동자 중 J3 등급에 머물러 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입사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44명 중 2000년 이후 입사한 11명은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2000년 입사한 이미영씨는 위자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씨는 “(2000년 입사한 남성은) 금속노조 소속이어서 승격이 안 된 걸로 의심되는데 그와 입사 동기인 게 억울할 정도”라며 “어차피 차별인데 정신적 피해를 왜 시기를 나눠 인정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법원은 2000년 이후 입사자는 차별은 맞지만 정신적 손해를 입을 정도가 아니라고 한 것”이라며 “원고들이 주장한 적도 없고 피고들이 항변한 적도 없는데 법원이 기준을 만들었다.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은 마지막 차별 해소 방법”

지회는 민사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김 부지회장은 “근로기준법에 성차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국가든 자본이든 법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며 “민사에서 이긴다면 0.1%라도 법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EC 노동자 이미영씨(왼쪽에서 두번째), 윤수진씨(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부지회장(맨 오른쪽) 등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달 18일 노조 대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 결정문, 민사소송 판결문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오랜 기간 이어진 승격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일지 모른다. 회사는 2020년 1월 처음 생산직군 여성 노동자 2명을 S4등급으로 승격하면서 올해까지 7명을 승격시켰다. 그러나 한국노총 소속 여성 노동자들만 승격되고 있다. 이미옥씨는 “남녀 차별도 아픈데 노조 간 차별로 가져가고 있어 조합원 상처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승격 비율도 낮다. 김 부지회장은 “S4등급으로 올라간 여성 비율이 생산직 전체의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5년간의 싸움, 쉽지 않았다. 김 부지회장은 “인권위 결정까지는 ‘회사 차별’이었지만 노동부와 검찰이 무혐의를 내린 것은 ‘국가 차별’”이라며 “성별에 따른 임금 및 승격 차별이 사실상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민사 소송에서 꼭 배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크다는 뉴스를 보면 이종희씨는 “바로 우리 회사 얘기고 한국 사회 현실이라고 생각했다”며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보면 여성들이 목소리 내기도 어렵다. 여성은 최저임금 밖에 안 주는 이 답답한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35년차인 이미옥씨는 말했다. “KEC가 제 첫 직장이고 제 인생의 3분의 2 이상 KEC에 있었습니다. 정년이 이제 7년 반 정도 남았어요. 못 받은 임금도 받고 싶지만 S등급을 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일한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성별임금격차와 싸우다] 승격 성차별 손애액 인정 땐 국내 최초…‘산정 기준’ 쟁점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9071755001

임아영 소통·젠더 데스크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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