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불량 전투식량' 논란…170만개 버릴판
동일 업체가 여전히 납품해와
참기름등 유통기한 조작 의혹
방위사업청 "지자체서 허가"
"수년간 단독납품, 비리 의심"
군에 '전투식량Ⅱ형(동결건조형)'을 2018년 이후 단독 납품해온 A업체 제품 중 일부가 불량 포장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군 전투식량 유통기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지금까지도 회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량 전투식량' 약 170만개가 비축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A업체 유통기한 외부기관 검증 의뢰서인 '품목제조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전투식량에 포함된 참기름과 옥수수유의 유통기한 승인을 생산공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허위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식량Ⅱ형은 비빔밥·된장국·초콜릿·수프·참기름·옥수수유 6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참기름은 폴리에틸렌과 나일론 재질로 1차 밀봉 포장을 한 뒤 두 겹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와 나일론, 폴리에틸렌 재질의 네 겹 포장재로 이중 포장하면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39개월간 인정받는다.
하지만 A업체는 1차 밀봉 포장밖에 하지 않았으며, A업체 생산공장이 있던 경기 화성시는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채 유통기한을 승인해줬다. 또 A업체는 전투식량을 2016년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는데 보고서는 2012년 12월자로 돼 있고, 의뢰 기관명은 '중앙대 산학협력단'으로 나와 있으나 연구책임자 이름은 적혀 있지 않는 등 허술한 부분이 상당수 드러났다.
옥수수유는 '주석도금강판(두께 0.155~0.6㎜의 강판)' 방식으로 포장해야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42개월로 인정되는데 실제로는 비닐로만 포장돼 있었다. 옥수수유에 대한 보고서에는 의뢰 기관명, 연구책임자, 직인 등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유통기한을 승인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계약만 진행했을 뿐 유통기한 검증은 하지 않는다. 검증 책임은 국방기술품질원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품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유통기한 승인 절차를 밟기 때문에 우리 기관에서 따로 유통기한에 대한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병사 사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전투식량을 두고 담당 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문제는 전투식량 유통기한 문제가 이미 2018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2018년 전투식량Ⅱ형을 납품해온 또 다른 B업체가 유통기한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국방부와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다. 식약처는 "국내에 유통되는 참기름, 옥수수유, 초콜릿 가운데 유통기한이 3년 이상인 제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참기름과 옥수수유는 유통기한이 2년 미만이고, 초콜릿은 1년 미만"이라고 밝혔다.
당시 식품위생법 10조는 여러 제품을 한 포장 용기에 담으면 구성 제품 가운데 가장 짧은 제품의 유통기한 또는 그 이내로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B업체는 전투식량 유통기한을 1년으로 표기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리한 것이다.
반면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는 A업체는 당시 식약처 조사를 피해 갔다. 이에 방사청 관계자는 "B업체에 대해 A업체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A업체에 대한 민원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군에는 전투식량Ⅱ형 제품 약 170만개가 비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당 단가는 약 5600원으로, 총금액은 95억2000만원에 달한다.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대표변호사는 "전투식량의 개별 물품은 외부 기관에서, 포장 상태는 기품원에서 유통기한을 검수해야 한다"며 "더욱 큰 문제는 수년간 경쟁 체제가 아닌 단독 납품을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독 납품을 하려면 특수성, 고도의 기술력 등이 인정돼야 하는데 전투식량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임에도 오랜 기간 단독 납품을 해왔다는 점에서 비리 등이 개입했을 것이 의심돼 군 검찰의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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