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끊어야"… 국제사회 연대 촉구
◆ 동아시아 정상회의 ◆
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확립'이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거나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남중국해 현상 변경 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미얀마의 폭력 사태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에 대한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70년 전 겪었던 위기상황을 언급하고 "한국은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복구 노력에 책임 있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향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 행동 준칙이 국제법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각국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수립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과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을 향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와 관련한 국제사회 연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곧, 북한의 인권 문제"라며 "우리는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 해외 노동자 송출, 해상 환적 등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했다.
또 윤 대통령은 미얀마 폭력 사태에 대해 "폭력 중단과 포용적 대화를 통한 아세안의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열망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은 미얀마 국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규범 기반 국제질서 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에 중점을 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세계 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겠다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보편적 가치에 따른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확립하는 데 책임 있게 기여하겠다.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내 기여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아세안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모두 함께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치제도와 가치 이념 등이 다양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규범과 규칙을 합의해 예측가능성을 제고한다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과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원칙과 정신을 언급하며 "한·미·일 3국은 아세안을 포함하는 인태 지역 내에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세안 지역에서도 정치제도, 가치 이념이 다양한 국가가 혼재하고 있지만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구축된다면 아세안 중심성을 존중하면서 필요한 분야에 한해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북한 핵 문제를 예로 들며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인태지역 전체에 대한 안보 위협이기 때문에 아세안·태도국(태평양 도서국)들과 구체적인 글로벌 사회의 규범, 반확산 규범을 재확인하고 그 연대를 공고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재차 규범 기반 국제질서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김 차장은 "아세안과 태도국에 대한 지역 외교를 시작으로,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전체에 대한 외교적 관여를 확대하고, 또 G20를 포함하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계속 확장하고 공고히 해 나가는 외교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자카르타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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