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형 넘은 아우 … 코스닥이 거래대금 더 많아
개인투자자 비중 높은 코스닥
테마주 열풍에 자금 빨아들여
시가총액 회전율 코스피의 5배
지나친 주가 변동성엔 우려도
코스닥시장에서 올해 거래된 금액이 1996년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를 제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 대형주 부진과 코스닥 테마주 열풍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의 코스닥 쏠림 현상이 일으킨 결과다. 코스닥시장 유동성이 그만큼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의미지만 주가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기준 10조7097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10조1058억원을 기록한 유가증권시장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보다 개인투자자 참여 비율이 높은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따라잡자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가 코스닥 출범 이후 거래 규모에서 코스피를 추월한 첫 사례로 남게 된다. 지난해만 해도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69억원, 코스닥은 6조9002억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21년에는 15조4242억원과 11조8613억원으로 격차가 더 컸다.
과거 닷컴버블 붕괴로 코스닥 거래대금이 치솟았던 2000년에도 코스피 거래대금은 2조6022억원에 달해 2조4003억원에 머문 코스닥을 앞섰다.
올해 각종 테마 열풍이 시장을 휩쓸며 코스닥시장에 거래가 집중된 데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코스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양대 시장 대표주를 놓고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인 8831억원은 지난해 9230억원 대비 4.5% 줄었고 증시가 활황이던 2021년 1조5048억원과 비교해서는 41.3% 급감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2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695억원에서 올해 8010억원으로 8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초전도체 등 다른 테마까지 가세하며 코스닥시장이 개인투자자 자금을 빨아들였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거래대금 규모는 장기 투자 성향을 지닌 기관과 외국인보다 매수·매매가 활발한 개인투자자 거래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수익률도 투자자들이 코스피를 떠나 코스닥으로 향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스피가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14.3% 상승하는 데 그칠 동안 코스닥은 36.67% 급등했다.
코스닥에 거래가 쏠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바뀜이 잦다는 건 그만큼 주가 변동성 확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2.68%로 코스피(0.5%) 대비 5배가 넘는다. 최근 코스닥 기업들이 잇달아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지나친 주가 변동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유인은 주가 상승보다 주가 안정성에 있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시 주가 변동성 확대는 신주 발행 가격 예측을 어렵게 하고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 코스피가 코스닥의 거래대금을 다시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금 유입되기 시작한 만큼 하반기 대형주 중심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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