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대표 "통신사들 독점 서비스에 안주"

정호준(jeong.hojun@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9.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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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 취임 첫 외부행보
'모바일 360' 기조연설서 자성
'이권 카르텔' 타파 의지
클라우드·AI·모빌리티 강조
헬스케어 등 혁신서비스 예고
"변해야 강제혁신 안 당해
빅테크서 주도권 되찾아야"
김영섭 신임 KT 대표가 7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KT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데 만족했다."

김영섭 신임 KT 대표가 취임 첫 외부 행보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안정적인 인프라스트럭처 제공에 안주하면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소비자를 위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201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생태계 주도권을 쥔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권에서 지적해온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통신 이외 신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김 대표는 7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APAC)'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통신사업자들이 그동안 안정적인 네트워크 제공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지, 고객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충분히 혁신했는지 묻고 싶다"며 "통신사업자들도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지 8일 만에 공식 무대에 데뷔한 김 대표는 쓴소리로 첫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특히 김 대표는 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과 이를 통한 매출에 안주해 있는 동안 디지털 생태계 지배권을 빅테크에 뺏겼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 대표는 "통신사는 폐쇄적인 사업 모델 안에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창출해왔다"며 "반면 빅테크들은 메신저, 스트리밍 서비스, 자율주행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며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한 '강제 혁신'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현 시기가 위기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래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 KT가 집중할 분야로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고객센터, 보안, 메타버스, 교통과 모빌리티를 꼽았다. 또한 기존 통신업과 관련해서는 △홀로그램 통신 △도시나 국가 수준의 대규모 디지털 트윈 △양자암호통신 등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IT와 CT(통신기술)를 결합해 한층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파리' 혹은 '모기'에 불과할 정도로 KT가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서비스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낮지만, 헬스케어·스마트시티 등 신사업 분야에는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도전장을 내밀 만하다고 진단했다.

KT는 조직개편·인사 등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직개편과 관련해 김 대표는 "KT에 대해 '이권 카르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의 목표 달성에 맞는 인재를 기용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결코 없을 것이고 앞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사와 조직개편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CNS 대표 출신인 김 대표가 LG맨들을 중시할 거란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는 "KT가 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에선 훌륭한 외부 인사를 모셔와야겠지만 그 분야에 LG 사람을 데려온다는 구상은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 분야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방안에 대해 김 대표는 각 전문 영역에서 최고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KT만의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외연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가 공식 후원사를 맡은 이 행사는 GSMA가 매년 모바일 산업에 관해 대륙별로 ICT 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호준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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