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놀랜 '화웨이폰 7나노칩' 미스터리…"체제선전하려 열일 했나"

강태우 기자 2023. 9.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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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5위' 中 SMIC, 화웨이에 공급 추정…中 '반도체 굴기' 강조 나서
EUV 아닌 DUV 공정작업 고비용·비효율…美 대중제재 '레거시'로 확대할 듯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5위인 중국 SMIC가 두 번째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중국의 체제 선전용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 중국 제재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MIC 7나노 공정에서 제조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기린9000s'가 탑재됐다고 추정했다. 이 제품은 2018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들어간 기술과 동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MIC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아닌 DUV(심자외선) 장비를 통해 7나노 공정을 구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대중국 EUV 장비 제재로 EUV를 활용해 반도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는 초미세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필수 장비다.

앞서 SMIC는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7나노 공정 기반 비트코인 시스템온칩(SoC)을 중국 가상화폐 채굴장비업체 '마이너바 반도체'에 공급했다. 이 기술은 대만 TSMC가 지난 2014년 개발한 7나노 공정 제품과 유사하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코리아 지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테크인사이츠 사무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작년에 나온 7나노 제품과 달리 이번 모바일에 올라가는 칩은 2세대 제품으로 좀 더 진보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EUV가 아닌 DUV 등 다른 장비들로 여러 번 공정 작업을 반복해서 제품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공정 작업 수가 늘어남에 따라 비용도 상당히 발생했을 것"이라며 "한 달 뒤 좀 더 깊이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화웨이의 한 직원이 선전의 매장에서 최신 휴대폰인 '화웨이 메이트60'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이번 화웨이의 신제품이 글로벌 판매용이 아닌 중국 체제선전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중국 언론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최신 제품을 생산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확고하다며 화웨이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SMIC가 만들었다는 7나노 제품은 '미국 제재에도 우리는 끄떡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EUV가 아닌 DUV로 7나노를 만든다는 것은 비용면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그런데도 개발했다는 것은 중국의 체제선전 활용을 염두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2세대 7나노 제품을 선보이면서 미국 정부는 깜짝 놀란 분위기다. 대(對) 중국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초미세만 제재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볼 것"이라며 "레거시(구형) 공정까지도 장비 반입 등의 규제에 나서는 등 제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콜 위원장은 "중국이 저사양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구형 반도체에 대한 규제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MIC가 7나노에 이어 삼성전자(005930)와 TSMC가 하는 3나노 이하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없이 중국이 7나노를 만들 수 없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중국이 성공했다"며 "이를 볼 때 향후 초미세공정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특정 장비를 그레이마켓(grey market)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용석 교수는 "중국이 EUV없이 3·4나노 시제품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나, 양산까지 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중국이 7나노 AP를 성공했다면 핵심 칩설계와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은 건재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며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있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SMIC 7나노 공정이 적용된 기린9000s(Hi36A0) 칩 광학 사진(왼쪽). 오른쪽은 7나노와 일치하는 비트 셀 크기를 확인하는 웨이퍼 끝단 이미지.(테크인사이츠 제공)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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