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마약’ 클럽 화장실에 늘어선 줄…1분 만에 뭘 하고 나왔을까?

원동희,김영훈 2023. 9.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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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서 숨진 사건이 이태원의 한 클럽과 연관돼 있다는 정황,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추락사가 발생한 당일 16명의 참석자 중 한 명인 대기업 직원이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마약을 구매해 사고 현장으로 가져간 정황을 포착하고, 그제(5일) 해당 클럽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대기업 직원이 클럽 화장실 앞에서 수십만 원어치 마약을 구매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 "화장실 앞에 가보세요"

KBS 취재진은 해당 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A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씨는 "그 클럽에서 마약 투약과 매매가 일어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새벽이 되면 화장실 쪽에서 이용자들의 마약 매매와 투약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정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마약 거래와 투약이 대놓고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 어려웠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주말, 그 클럽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 립스틱을 코에 대는 이유?

취재진이 클럽에 도착한 건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입장료 만 원을 내자 '출입증' 격인 종이 팔찌를 채워줬습니다.

처음 입장하고 느낀 분위기는 다른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음악 소리에 따라 스피커가 쿵쿵 울렸고, 사람들은 스테이지 위에서 몸을 흔들었습니다.

'역시 별일 없구나' 하며 사람들을 관찰하던 그때, 한 남성이 주머니에서 수상한 물건을 꺼냈습니다.

그 남성은 립스틱처럼 생긴 물건의 뚜껑을 돌리더니, 그 물건을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는 듯 했습니다. 남성이 방금 코로 흡입한 것은 '마약'이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영상을 본 최진묵 인천다르크 마약재활센터 센터장은 "남성이 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신종 마약 '러시'로 보인다"며 "'예비 마약류'로 묶여 있는 러시는 환각 작용 시간이 굉장히 짧다"고 설명했습니다.

알킬 나이트라이트라는 성분이 포함된 러시는 2군 임시마약류로서 마약류관리법에서 마약류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처벌 역시 일반 마약류와 동일합니다.

■ 화장실 앞 길게 늘어선 줄...점점 더 '취해가는' 클럽

새벽 1시가 되자 클럽에서 파는 술에 문제라도 생긴 듯 화장실 앞이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클럽 이용객들은 두세명씩 짝지어 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취재진 역시 그 줄에 합류했습니다.

바로 앞에 서 있던 이용객 두 명이 함께 좁은 좌변기 칸 안으로 함께 들어갔습니다. 사이좋게 들어간 이들은 불과 1분여만에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혹시 함께 화장실을 이용한 건 아닐까, 취재진이 바로 따라가 들어가봤지만 물을 내리거나 화장실을 이용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클럽 이용 경험이 있는 A 씨는 "클럽 이용객들은 2~3명씩 짝을 지어 변기칸에 함께 들어가 마약 투약을 한다"며 "그렇게 마약 투약을 하고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들의 눈은 충혈돼있다"고 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고, 1분만에 나오는 모습은 반복적으로 목격됐습니다. 어떤 남성은 5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화장실 좌변기칸을 들락날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어딘가에 점점 더 취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 '상의 탈의'가 시작됐다

새벽 2시가 넘자, 클럽에 온 사람들이 앞다퉈 상의를 탈의했습니다. 10명 중 3명은 상의를 드러낸 채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마약 중독 경험이 있는 고 모 씨는 "마약을 투약 하면 몸에 열이 올라 상의를 벗고싶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클럽 이용객들은 이제 윗통을 벗고 '초단기 화장실 이용'을 반복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새벽 3시가 되자, 한껏 취한 사람들은 이제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대놓고 뭔지 모를 '물질'을 코로 흡입하기 시작했습니다.


■ 다른 클럽에서도 '알약' 주고 받아

취재진은 근처에 있던 다른 클럽에도 방문해 봤습니다. 조금 더 규모가 큰 클럽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클럽에서도 서로 입 속에 무언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이 다가가 '나도 살 수 있냐'고 묻자 '다 떨어졌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알약'을 먹은 사람을 따라가 봤는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술에 취한 걸까요?

이태원의 해당 클럽을 처음 방문한 취재진이었지만, 마약을 하는 걸로 의심되는 모습은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은 듯, 제지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집행해 클럽 화장실 앞 CCTV 등을 확보하고, 클럽에 온 사람들이 마약을 구매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한 해당 클럽 측은 "클럽 내에서 마약을 하거나 거래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혀왔습니다.

영상편집: 이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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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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