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앞둔 고금리 뭉칫돈…은행, 재유치 경쟁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3. 9.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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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몰렸던 예금 116조
만기 돌아오면 자금썰물 우려
4대銀,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
일주일새 상단 年3.8%대로
은행채 발행도 1년새 최대치

시중은행들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작년 9월 자금시장 경색을 초래했던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 수준 금리를 내세워 예금을 공격적으로 끌어모았는데, 만기가 슬슬 돌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유치한 고금리 예금 만기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자 뭉칫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예금 금리를 올리고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등 자금 조달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권 전반에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1년 만기 대표 예금 상품인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연 3.73%에서 연 3.83%로 0.1%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연 3.7%에서 연 3.75%로 올렸다. 4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5~3.83%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연 3.68~3.75%)보다 상단과 하단 금리가 각각 0.08%포인트, 0.07%포인트 올랐다.

작년 9월 이후 3개월 사이 늘어난 은행권 정기예금은 116조원을 웃돈다. 당시 연 4~5%대 예금 상품을 선보였던 4대 시중은행에서만 같은 기간 무려 82조원이 몰렸다. 예·적금이 매달 늘어난 최근 3개월(6~8월) 증가액이 22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규모다. 통상 1년 만기 상품 가입자가 많다는 점에서 수십조 원 자금의 대이동(머니무브)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팔았던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이달 말부터 돌아오는데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지 않도록 금리 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예금 재예치를 위해 고금리 예·적금 등 특판 상품을 검토했다가 단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과의 금리 경쟁에서 뒤처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예금 금리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연 4% 안팎이 '상한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경우 자금 조달 압박이 커져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3조7794억원으로 지난해 9월(7조46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도 순발행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들도 조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권은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상황이 어렵다. 먼저 공급 측면에선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카드사들이 발행한 여전채 등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기업대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전채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등급 AA+인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카드 3사의 3년물 카드채 평균 금리는 연 4.494%로 집계됐다. 올해 3월 말 3.804%까지 내려왔다가 최근 다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여전채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던 증권사 랩어카운트가 사실상 중단된 것도 카드사들이 조달 압박을 겪는 배경이다. 지난 4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등 무더기 하한가 사건 이후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영업행위 조사에 나서면서 사실상 카드사의 조달처가 사라졌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붕괴되면서 카드채가 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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