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아트 개척, 우주 강국 꿈 응원할래요"

고광본 선임기자 2023. 9. 7. 17: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주과학·예술 융합' 협업 나선 작가 낸시랭·오현웅 교수
고양이·인공위성 이미지 결합
새 영역 구체화해 개인전 열고
학술대회 포스터에도 선뵐 계획
"韓 우주 브랜드 가치 높이겠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왼쪽)과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트버디 갤러리
[서울경제]

“백남준 작가님이 비디오를 통해 ‘비디오아트’라는 현대미술의 한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저희는 우주 강국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우주와 예술이 융합된 ‘스페이스아트(Space Art)’ 분야를 열겠습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존 미술 장르를 타파한 팝아티스트와 우주항공학과 교수 겸 스타트업 창업자가 스페이스아트 개척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그 주인공인 팝아티스트 낸시 랭 작가와 오현웅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스페이스아트를 통해 우주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스페이스아트는 우주 과학기술과 예술을 다양하게 융합한 것으로 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파장 대역이 다른 위성의 영상 센서로 지구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배치한 다양한 조형물을 바라보며 전혀 다른 관점의 예술 영역을 선보이는 식이다. 동양의 수묵화처럼 흑백 조화가 이뤄진 우주 공간은 현대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여는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오른쪽)과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가 ‘2023 낸시 랭 개인전 버블코코 스페이스아트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트버디갤러리

낸시 랭은 “재작년 10월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1차 발사 실패 뒤 ‘우주를 소재로 한 아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해 6월 2차 발사 때 한 지역 방송의 토크쇼 사회를 보던 중 출연자였던 오 교수님의 스페이스아트 개념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협업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시그니처와 같은 고양이 캐릭터와 인공위성, 우주 발사체의 이미지를 결합해 스페이스아트를 일부 구체화했다. 현재 서울 논현동의 한 갤러리에서 19일까지 여는 ‘2023 낸시 랭 개인전 버블코코 스페이스아트전’이 그 산물이다. 낸시 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 ,일본이 우주 골리앗이라면 우리는 우주 다윗으로 볼 수 있다”면서 “스페이스아트를 통해 골리앗을 넘기 위한 다윗 같은 우리 우주항공 과학기술인을 응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왼쪽)과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가 ‘2023 낸시 랭 개인전 버블코코 스페이스아트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트버디갤러리

오 교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국내 국방과학연구소(ADD) 출신으로 조선대 교수 시절인 누리호 2차 발사 때 탑재된 4개의 큐브위성 중 하나를 개발했다. 위성 기계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텝랩’이라는 우주 스타트업을 창업해 현재 한화시스템·LIG넥스원·ADD 등과 협업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 때 캠퍼스에 내거는 걸개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에 소질이 있었다”며 “우주와 예술을 결합하면 백남준 작가님의 미디어아트처럼 뭔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도 소니가 지난해 작가들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위성을 개발하거나, 한 꽃장식 전문가가 꽃꽂이 작품을 헬륨 풍선에 매달아 우주에 띄우는 등 스페이스아트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

낸시 랭 작가와 오 교수는 다음 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항공우주 분야 국제 학술 대회의 포스터에 세계 최초로 스페이스아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기존의 식상한 학회 포스터에서 탈피해 낸시 랭의 유명한 팝아트 모형 고양이 ‘버블코코(Bubble Coco)’와 로봇 형상에 소년·소녀가 등장하는 ‘터부요기니(Taboo Yogini)’를 바탕으로 우주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의 초소형 위성과 이노스페이스의 소형 발사체를 결합한 것이다. 낸시 랭은 “예술가나 과학기술인은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말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

두 사람은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와도 협업해 올해 11월 초 미국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초소형 위성(옵저버 1A)을 활용한 스페이스아트도 기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내년 상반기 ‘옵저버 1B’와 내년 말 미세먼지 관측 위성 ‘부산샛’을 발사할 것”이라며 “스페이스아트로 거듭나면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우주는 미래 성장 동력과 국방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K컬처처럼 우주와 융합된 새로운 예술·문화 장르인 스페이스아트를 통해 우리 우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나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