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美 상온 초전도체 논문에 “신뢰성 문제 있다” 경고 문구
네이처 “연구 결과 논란” 논문에 경고 문구 삽입
데이터 투명성에 이어 특허와 창업도 논란
국내 연구진에 앞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랑가 디아스 교수의 논문이 과학계에서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부터 상온 초전도체 상용화를 위한 창업을 하고 투자도 받고 있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 발표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에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7일 과학계에 따르면 네이처는 지난 1일 디아스 교수가 올해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된 논문에 ‘데이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걸었다.
디아스 교수는 2020년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대기압의 1만배 수준의 압력이 필요하지만 섭씨 21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도 가능한 연구 성과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디아스 교수가 2020년 처음 상온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논문에서 실험 데이터를 조작한 정황이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지난해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
제임스 햄린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는 “표면상 데이터는 매우 설득력이 있었으나 초전도성을 입증할 정확한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다른 조건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등 의도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네이처도 “디아스 교수의 주장에 대한 과학계의 회의론은 불투명한 연구 과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는 디아스 교수가 올해 발표한 두 번째 논문도 초전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저항 값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아스 교수는 논문에서 “작은 전류 저항을 제거했다”고 밝혔는데, 데이터의 잡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0이 됐을 뿐 실제로는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디아스 교수의 논문을 검증하는 연구진들이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 저항 값을 계산했을 때는 0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디아스 교수는 네이처에 “잡음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초전도체 샘플을 다른 연구자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연구 진위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네이처는 지적했다. 디아스 교수가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연구진은 단 1곳에 불과하다. 디아스 교수는 샘플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자에게 샘플을 제공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명단은 미국 일리노이대를 제외하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샘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현재 디아스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네이처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을 둘러싸고 과학계 일어난 논란은 불투명한 연구 과정 때문”이라며 “과학자들은 네이처 학술지가 논문을 발표할 때부터 초전도체를 만드는 방법과 샘플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 저자가 원하는 경우 네이처가 동료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술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의 논문을 게재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아스 교수의 논문도 검토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네이처의 논문 중 검토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는 전체의 10%에 달한다.
심지어 디아스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 관련 회사를 창업해 1650만달러(약 220억원)의 투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온 초전도체의 특허도 디아스 교수 단독으로 출원한 상황이다.
스벤 프리데만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과학자들은 자연이 하는 일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논란은 상온 초전도체 연구가 부흥할지, 침체에 빠질 지에 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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