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마천루·자연 솔방울, 원색 도형으로
자본주의 시대 풍경화 같은
평면 신작과 영화 3편 전시
사라 모리스(56)는 삼각형, 사각형, 원으로만 만들어진 세상을 산다. 그의 제국에서는 자연의 솔방울도, 도시의 마천루도, 다국적 기업도, 도시의 일상도 형형색색의 추상화된 패턴으로 존재한다. 자연과 추상, 유기물과 추상이 만나는 세계가 그의 캔버스다.
갤러리현대는 13년 만에 사라 모리스의 개인전 'Pinecones and Corporations'를 9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연다. 회화 신작과 영화 3편을 선보인다. 작가는 비서사적 시각 언어로 도시 환경, 사회관계망, 유형학, 권력 구조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작업을 30여 년간 지속해왔다.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을 시작으로 전 독일을 순회하는 회고전 'All Systems Fail'로 유럽에서 각광받는 스타 작가다.
개막일인 7일 만난 작가는 전시 제목 '솔방울과 기업'의 의미를 "기업은 현대인의 서식지다. 솔방울도 주변에 늘 있는 존재다.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유통·생산·소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있다"며 "각종 자연의 상징물을 기업이 차용해 로고로 만든다. 우리와 기업은 이분법적 대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은 직관적이다. 1층에 걸린 '솔방울' 연작과 '궁전' '자몽' 등은 추상화된 이미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려주지만, 이미지만으로는 추측하기 어렵다.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만든 건축물을 추상화한 '궁전' '프란세스' 등을 만날 수 있고, 아침식사로 매일 먹는 '자몽'도 조형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컴퓨터그래픽처럼 매끄러운 이미지는 테이프로 형태를 잡고 물감을 손으로 칠해 층층이 쌓아올리는 매우 더딘 작업 방식으로 제작된다. 마지막에야 최종 형태를 알 수 있어 작가는 "껍질을 벗겨봐야 비로소 보인다"고 말했다. 작가는 "뉴욕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유기물(Organic)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도시 건축도 유기적 형태를 가진 것 같았다. 자연뿐 아니라 마천루 같은 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삼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작가는 "2021년 미국 의회 폭동을 보며 권력은 유동적이며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자각했다. 솔방울을 통해 유통되는 자연도 끊임없이 변하는 생태계"라고 연결고리를 설명했다.
일련의 추상화들은 '자본주의 시대의 풍경화'로도 읽힌다. 필름 시장을 석권했던 이스트먼코닥도 디지털카메라의 습격을 받은 회사다. '이스트먼코닥'을 통해 "기업도 우리도 빨리 진화하고 사회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거대하고 영원해 보이는 것들이 취약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리스의 작품 세계는 아침식사의 자몽부터 국가의 붕괴 염려가 공존한다. 덧없음과 사라짐, 경계의 침입(trespassing)이 작가의 주된 아이디어인 셈이다.
작가의 진면목은 영화에서 더 도드라진다. 1998년 이후 뉴욕, 아부다비 등의 대도시나 장소,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를 총 15편 제작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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