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리창 中총리와 51분간 회담... 北 핵·미사일 개발 저지 요청한 듯

자카르타/최경운 기자 2023. 9.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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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회의 열리는 자카르타서 회담
작년 11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후 10개월만
경제·인적 교류 활성화도 제안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일본·중국 3국 협력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한·일·중 정상회의 등 3국 메커니즘 재개에 나서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중국 최고위급 인사 간 회담은 작년 11월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 10개월 만이다. 이번 한·중 회담은 5~8일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성사됐다. 중국에선 이번 회의에 시 주석 대신 이인자인 리 총리가 대표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51분에 걸쳐 회담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중국의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날 리창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자 회의 참석국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중·러를 향해 “제재 결의 채택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이 무겁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중·러 최고위급 인사를 앞에 두고 유엔 제재 결의를 지키라고 압박한 것은 두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방조함으로써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자 유엔은 ‘북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쏘면 유류 반입을 추가로 제한한다’는 자동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여기엔 중·러도 찬성했다. 그런 중·러는 작년부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졌음에도 추가 제재에 계속 반대해 유엔은 제재는 물론이고 규탄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중국과 상호 존중과 우호 증진,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한중 관계 활성화 의지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 공급망 등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일·중 협력체 복원 의지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이 협력의 새 장을 열었듯 한·일·중 간에도 협력의 모멘텀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올 연말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추진 중인 윤 대통령이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 앞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윤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지난달 미 캠프 데비이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만큼, 안보와 경제에서 한중 관계도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12월 중국 청두(成都)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한일중 정상 회의를 4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문제를 두고 한중 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7월 만나 “한일중 협의체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리창 총리가 이번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별도 회담을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로 대립하는 일본과 정상급 회담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한미일 3국 밀착에 대응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여전히 한국의 제1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되 상호 이익 존중이란 차원에서 실리적 접근도 병행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구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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