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6기, 넘겨짚기와 확증편향의 위험성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ENA·SBS 플러스 '나는 솔로'는 출연자들의 화려한 스펙보다 진정성을 무기로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연애와 결혼에 진심인 시청자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부족한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중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출연자들은 '빌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회자된다. 지난 26일부터 진행된 '나는 솔로' 16기에는 유독 많은 출연자들이 '빌런'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빌런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넘겨짚기와 확증 편향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는 솔로' 16기는 돌싱 특집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방송됐던 첫 돌싱 특집은 많은 어록을 만들었고 일부 출연자는 다른 방송까지 진출했다. 또한 당시 커플이 됐던 현숙과 영철은 아직까지도 헤어지지 않고 만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온 돌싱 특징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이번 기수 역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등장했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노선을 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점차 '사랑 찾기'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넘겨짚기와 확증 편향, 그로 인한 왜곡과 오해다. 옥순과 광수의 관계변화가 대표적이다. 옥순과 광수는 처음부터 꾸준하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다. 옥순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후보군에 있었던 영수에 대해서도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싶다'며 명확한 입장을 보여줬다. 그러나 광수와 랜덤데이트를 진행한 영숙, 영수에게 호감을 가진 영자 등 일부 출연자는 영수와 옥순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 넘겨짚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흔히 쓰이는 '뇌피셜'인 것이다.
영숙은 자신의 '뇌피셜'을 바탕으로 광수를 계속해서 흔든다. 옥순은 전혀 그런 마음이 없었지만, "경각심을 가지라"며 광수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영숙이 당사자인 광수의 마음을 흔드는 동안 영자는 다른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뇌피셜'을 퍼뜨렸다. '옥순 님이 이렇게 말했대요'라며 말을 전하는 듯하지만, 조사 하나·단어 하나가 바뀌자 전혀 다른 뜻이 됐다.
한 번 그렇다고 믿으니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수와의 데이트에서 돌아온 옥순이 "그냥 그랬다"고 말하지만 영숙은 "아니야 둘은 잘 맞아. 빨리 영수님 옆에 가세요"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옥순이 광수가 아닌 영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명제는 솔로 나라 16번지에서 진실이 되어버렸다. 데이트에서 돌아온 광수는 영자의 말의 현혹된 주변인들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전달하자 점차 호감을 접는다.
오해의 사슬을 끊어낸 건 정숙과 영식이다. 영식은 혼란스러워하는 광수에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까 옥순과 대화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정숙에게 슈퍼데이트권을 쓴 옥순이 실망감을 표하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정숙 역시 자신에게 슈퍼데이트를 쓴 광수에게 "만약 옥순에게 실망한 포인트가 오해라면 (어떡할 거냐)"이라고 일깨워 준다. 옥순에게도 "영숙과 광수의 말 자체가 다르다"며 직접 대화를 나눠볼 것을 추천한다. 소위 '역대급 빌런'이 날뛰고 있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두 사람의 태도는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나는 솔로'에서 조금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자기소개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었다"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흥분하는 영숙, 자신을 향한 영자의 관심을 알고 지나치게 갑의 태도를 보이는 영수의 모습 등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은 이번 기수를 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숙, 영수, 영자 등은 방송을 보고난 뒤 사과문을 게재하며 불편했을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진정성을 무기로 내세운 '나는 솔로'는 출연진들의 부족한 모습까지도 그대로 내보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라 남규홍 PD의 사회실험 프로젝트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데프콘 역시 6일 방송을 마무리하며 "이번 기수는 기존과 다른데 작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도 함께 사랑을 찾는 과정과 체크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솔로'가 연애프로의 탈을 쓴 사회 실험이라면 16기의 주제는 명확하다. 근거 없는 넘겨짚기와 이로 인한 확증 편향이 주는 위험성이다. 이는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를 교란하는 방법과도 유사하다. 왜곡과 오해로 점철되며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이번 기수를 향한 화제성은 시청률로도 증명되고 있다. 6일 방송분은 6.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아직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나는 솔로' 16기 출연자들은 가짜 뉴스를 이겨낸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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