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한·미·일 녹색협력
3국 온실가스 배출 세계 20%
힘 모으면 기후 솔루션 나와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의 대본은 미국이 썼지만 주역은 사실 한국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이 오랜 기간 한·미·일 3국의 협력체 구축에 공을 들여왔지만 한일 관계의 '특수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일거에 성취되었다는 겁니다. 캠프 데이비드 현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곁에 있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쳐다보며 '이 친구가 나보다 윤 대통령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워싱턴 정가에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튼 것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자신의 외교적 '레거시'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도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북핵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공동성명에 반영하는 등 한·미·일 3국이 '동등한 파트너'라는 지위를 얻었습니다. 내년에 한·미·일 3국 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했으니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동격'의 지위가 명확해졌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클래스가 다른 나라로 취급받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볼 때 역사적 회담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한·미·일 3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가 실질적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그 단초를 '공동'에서 찾고자 합니다. 한·미·일 3국은 지정학적 경쟁,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핵 도발 등을 '공동의 도전'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공동의 이익과 안보'를 다지기로 결의했습니다. 여기에서의 '공동'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서 행동을 같이하는 '결사체'의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한국을 글로벌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삼았다는 겁니다.
3국이 함께 개척하기로 한 '새로운 지평'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도 명확히 나와 있는데 청정 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지구적 기술'이라 강조해 온 것들입니다. 특히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IRA에서 보듯, 바이든 정부의 레거시로 손꼽히는 기후대응 분야에서 3국이 공동의 리더십과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청정에너지는 물론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을 비롯해 전략적 광물에 이르기까지 탄소중립의 핵심 산업과 기술에서의 포괄적 협력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일 3국의 인구는 5억명, 경제는 글로벌 GDP의 30%가량을 차지합니다. 이들 3국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세계의 5분의 1에 육박합니다. 한·미·일 3국의 기술 수준과 혁신 역량을 감안하면 기후대응의 글로벌 솔루션이 여기에 있다는 평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일본도 적극적입니다. 2030년까지 '녹색전환(GX)'에 무려 1조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게이단렌 간부들이 지한파 교수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수소, 탄소 포집 저장, 재생에너지, 미래형 원전 등 한국과의 녹색산업 협력 분야를 타진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의 녹색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현대·LG·SK·한화그룹 등이 미국 현지에 앞다퉈 배터리, 전기자동차, 태양광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한국 기업들, 통념과 달리 녹색 분야에서도 역동적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베트남을 관통하는 메콩강을 비롯해 기후위기에 노출된 개도국을 함께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한·미·일 3국의 녹색 협력 촉진은 물론 지구적 문제 해결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하는 까닭입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 공동위원장, KAIST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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