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大山 신용호 20주기에 생각하는 '국민교육진흥'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가 영면한 지 20주기를 맞는다.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병마와 싸우느라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동생의 교과서와 친구 책을 빌려 보며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교육이 민족의 미래'라는 신념 아래 대한교육보험(교보생명 전신)을 창업해 일평생을 혁신 기업가로, 교육 지도자로 헌신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하루 담배 한 갑 살 돈을 아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는 '교육보험'을 세계 최초로 창안해 경제 발전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후 30년간 300만명의 학생이 학자금(보험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세계적 성공 사례를 남겼다.
대산은 국내 최초로 암보험과 종업원퇴직적립보험을 개발하고, 계약자배당금 시대를 여는 등 보험산업의 '퍼스트 무버'였다. 1983년엔 한국인 최초로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세계보험대상'을, 1996년엔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했다. 보험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보험산업을 선진국 대열로 격상시킨 쾌거였다.
'국민교육진흥'이란 대산의 창립이념은 교보문고 설립으로 승화됐다.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교보생명 빌딩이 완공될 무렵, 지하 1층에 상가 대신 서점을 들이겠다고 하자 임직원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대산은 "사통팔달 대한민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1981년 문을 연 교보문고는 개장과 동시에 대한민국 지식 문화의 명소가 됐으며 현재 회원 수 1800만명, 연간 방문객 5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책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금융산업은 타 업종보다 부침이 심한 업종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해 창립 65주년인 교보생명은 대주주와 사명이 바뀌지 않은 몇 안되는 회사로 꼽힌다. 의사의 길을 뒤로하고, 부친의 뜻을 이어 교보생명을 이끌어온 신창재 현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수성(守城)도 평가할 만하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보험 명가로 지속 성장하는 데는 항상 새롭게 시도하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정신과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직·성실한 자세로 책임을 다하는 교보생명의 윤리, 정도 경영이 있었다. 교보생명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 "이윤 추구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대산의 초심을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교보생명의 경영 방식이 공공성과 상업성의 균형이 중요한 금융산업 발전에 큰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장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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