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스토리텔링의 힘
올해 극장가에 크고 작은 소식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쟁쟁한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7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 영화계의 큰 화제다.
'엘리멘탈'은 한국계 2세인 피터 손 감독이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자전적인 스토리를 녹여내 연출한 작품이다. 실제로 피터 손 감독은 '엘리멘탈'을 '이민을 오신 부모님께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관객 리뷰에서 영화 전반에서 드러나는 부모 자식 세대 간의 사랑과 갈등에 대한 내용에 공감한다는 평이 특히나 많이 보였다.
화려한 대작과 자극적인 장르물 속에서도 가족애, 우정, 다양성을 인정하는 과정 등을 다룬 잔잔한 이야기가 올해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가 된 것은 어쩌면 뻔하고 진부할 수 있는 가치가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주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디어 산업에서 15년 이상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아무리 빠르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나 취향이 변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시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창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역량이라는 점이다.
공감은 보편성에서 오며 인종, 세대, 지역, 문화를 초월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감 가는 스토리' '착한 스토리'라고 모두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성이 기반이 되면서도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우수한 창의성과 상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요즘은 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가 빠르게 그 자리를 다른 콘텐츠가 대체한다.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등 소비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직접 선택해서 보는 미디어가 대세가 되고 관심과 흥미의 주기가 더욱 짧아지면서 콘텐츠 간 경쟁이 더 심화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과 스토리만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많은 창작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작품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1세대 웹툰 작가로 불리는 강풀 작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무빙'을 만들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재미에 집중하면서도 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답했다.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콘텐츠의 서사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에서 콘텐츠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결국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는 관객을 불러오고, 몰입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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