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도 없는 단어 ‘공산전체주의’···윤석열 대통령은 어디서 배웠을까

이유진 기자 2023. 9. 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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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부터 잇따라 입에 올려
뉴라이트 역사관과 궤 같다는 지적
과거 조갑제·김광동 등 사용한 말
국립국어원은 국어 상담 서비스 ‘온라인 가나다’에 한 시민이 지난 1일 “공산전체주의의 뜻에 대해 알려주세요”라는 질문 글을 올렸다. 온라인 가나다 갈무리

“문의하신 ‘공산전체주의’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 의미를 안내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전에도 없는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시작으로 이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광복절 경축사)”,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지난달 29일, 민주평통 연찬회)”,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지난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등 발언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검색사이트 구글에 ‘공산전체주의’를 필수 단어, ‘윤석열’을 제외 단어로 설정해 검색하자 박남수 전 육군사관학교장(예비역 중장)과 김광동 2기 진화위원장의 글과 발언이 노출됐다.

박 중장은 2021년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 출간한 책 <종전선언과 한반도 리스크: 한반도평화법안(H.R.3446)의 후폭풍>에서 “유엔사체제는 한국전쟁 당시 공산전체주의 침범에 대한 자유문명권 방어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본연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산전체주의를 언급했다.

박 중장은 2021년 12월2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정전협정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서명이 담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협정에 불만이 섞여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국제 정치적 게임을 설명하긴 부족하다”며 “그런 감정적 처사를 이해하기보다는 국제정치의 몇 수와 앞을 내다본 노련한 국제정치 기술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성향 인사인 김광동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과거 논문에도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쓰였다. 김 위원장은 2009년 ‘우남이승만연구회 제4차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 <이승만이 이끈 반공주의의 세계사적 의의>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에 의한 6.25 전쟁이 발생한 이상 이승만은 최소한 한반도 북부에 있는 우리 민족도 소련과 공산 제국주의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켜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또 하나의 과제로 생각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나라정책연구원장으로 있던 김 위원장을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2022년 4월 출간된 책 <박정희가 옳았다>에서 이강호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소비에트 민주주의, 인민 민주주의 등 공산전체주의는 하나같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모두 껍데기 장식물이다. 민주주의는 오직 자유를 심장으로 하는 자유민주체제일 때만 생명력을 갖는다”고 적었다.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2007년 3월13일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KBS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관련 보도를 비판하며 “공산전체주의적 성향이 아니면 이런 편향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조갑제닷컴에서는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가 쓰인 글이 130여건 검색됐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엔 속한 정당이나 지지를 얻는 진영의 이념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지만, 당선 이후엔 진영·가치관·이념을 떠나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특히 역사나 이념 등 한국 현대사 문제는 여러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나 이념성이 강한 대통령의 발언 등 정부가 일으키는 여러 문제를 국민 입장에선 피곤하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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