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Kiaf 참여, 의리의 독일 화상
50억짜리 샤갈 작품 들고 방한
"진지한 컬렉터들은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장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지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부스에서 만난 페터 펨페르트 독일 디갤러리 대표(78·사진)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무려 19년째 키아프에 참가해온 '의리'의 독일 화상이다. 이날도 5억원이 넘는 백남준의 대형 설치 작품 'TV 플레이'를 국내 한 미술관이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등 벌써 4점이나 팔아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디갤러러는 올해도 미술사적으로 입증된 작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키아프 입구에서 가까운 부스에 가면 50억원대 작품인 마르크 샤갈의 후기 회화 '결혼'(1979)과 피카소 판화 등이 걸려서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을 방불케 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집중 조명받았던 독일 초현실주의 작가 막스 에른스트의 초대형 조각(13억원대) 등 작품을 많이 선보였고, 이탈리아 대표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의 작은 조각들도 있었다.
펨페르트 대표는 "유럽 주요 페어에 참여하니 프리즈에 갈 수도 있었지만 한국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의리 때문에 키아프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반세기 국제 미술 시장의 성장을 지켜본 그는 "미술사적 가치가 확고한 고전(Classic) 작품은 안전자산과 같아 미술 시장 침체에도 타격이 없다"며 "한국에서 처음 만난 컬렉터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예술품에 접근하고 이제는 나와 친구 같은 사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 20년 이상 장기 고객이 많으며, 독일 고객 중에서는 무려 4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온 88세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랫동안 나를 신뢰하고 지지해준 컬렉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내가 '맥도날드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컬렉터층은 미술품을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투자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들렀다가 한국인들의 열정과 성실함에 반해 거점을 잡았다는 그는 한국 작가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그가 발탁한 김두례 작가 전시를 올해 초 프랑크푸르트 본점에서 대규모로 펼친 데 이어 유망 한국 작가를 물색하고 있다.
펨페르트 대표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면서 독일 차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발전한 것이 아주 인상 깊다"며 "구상이나 추상을 가리지 않고 진지하게 우리와 함께 성장해나갈 재목을 키아프 현장을 돌면서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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