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드론 침범’ 거듭 부인하던 루마니아, 하루 만에 “드론 파편 발견···조사 중”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에 떨어졌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거듭 부인해온 루마니아 정부가 6일(현지시간) 자국 영토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파편을 확인했다”며 조사에 돌입했다.
앙헬 틸바르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다뉴브강변 플라우루 마을 인근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파편이 발견됐다”며 “파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군은 다뉴브강과 접한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이즈마일에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다뉴브강은 지난 7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선언 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우크라이나의 대체 수출로로 활용돼 왔다. 이즈마일은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날 공습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즈마일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드론 2대가 루마니아 영토에 추락해 폭발했다고 밝혔으나, 루마니아 측은 이를 거듭 부인해 왔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9051647001
루마니아 국방부는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에 추락했다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반박했고,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이튿날인 5일 “우리 국경 800m 밖에서 공격이 있었다”면서도 “어떤 드론이나 폭발물 일부도 루마니아에 닿지 못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그러나 루마니아 정부는 이 발표 하루 만에 드론 파편 발견 사실을 밝히며 조사에 돌입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드론 잔해의 출처 뿐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루마니아에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만일 그것이 러시아의 드론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루마니아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상황을 계속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동맹국인 루마니아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드론이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에서 폭발했다면 이는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나토는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방위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무기가 나토 영토 내로 침투했다면 이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나토에 대한 첫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거듭된 루마니아의 단호한 ‘부인’에 우크라이나는 루마니아 정부가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의심해 왔다.
정부의 입장 번복에 루마니아 중도우파 야당인 USR의 카탈린 드룰라 대표는 “정부가 이틀 동안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루마니아 정부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전히 드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틸바르 장관은 루마니아 국영통신사 아게르프레스에 “드론이 충돌로 폭발하지 않고 단순히 추락했거나 파편만 루마니아 영토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공격 행위와 사건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뉴브 강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경지대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다뉴브강 건너에 위치한 루마니아 국경 마을 플라우루 주민들이 지근거리에서 계속되는 공격으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 주민 카비 포페스쿠는 “(지난 4일 공습 당시) 다섯 번의 폭발음이 들렸고, 그 중 세 번은 매우 강력했다”면서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경 마을 칠리아 베체의 티무르 시우스 시장은 “주민들이 당황하고 있다. 여기서 우크라이나는 불과 370m 떨어져 있다”며 “이제 우리는 사이렌 소리에 익숙해졌지만 나토 국가 안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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