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쇠 쥔 김만배…후폭풍 어디까지
檢, 특별수사팀 구성해 수사 속도 “민주주의 근간 흔든 대선개입”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국의 핵'으로 재부상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대선판을 뒤흔든 김씨는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인터뷰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판도라 상자' 열쇠를 쥐고 재등장한 김씨의 일성은 당시 여야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로부터의 '선 긋기'다. 검찰은 돈의 흐름을 주목한다. 녹취록과 뒤따른 언론 보도를 일제히 노골적 '대선 개입'을 노린 작전으로 보고 있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검찰의 '배후' 규명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조작 없었다는 김만배, 검찰은 '선거 농단'
9월7일 오전 0시를 기해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로 석방된 김씨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 나온 뒤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을 피하지 않고 이에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앞서 김씨는 대장동 개발로 얻은 범죄수익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3월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이날 "그 당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할)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허위 인터뷰 의혹을 받는 뉴스타파 보도 녹취록에 나온 김씨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당초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2년이 지난 시점에 돌연 윤 대통령 수사 무마 의혹에서 발을 빼며 말을 바꾼 셈이다.
김씨는 이번 사태 핵심 열쇠가 될 '1억6500만원'에 대해서는 신 전 위원장 책의 예술적 가치가 높아 적정 금액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신 전 위원장이 당시 대화를 녹음하는지 모른 채 사적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며, 허위 인터뷰를 기획한 뒤 녹취록을 만들어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하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가 윤 대통령 수사 무마 주장을 번복한 것 자체로 허위 인터뷰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본다. 또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 책값 3권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건넨 점, 예술성을 인정해 구매했다면서 해당 도서를 화천대유 사무실에 방치해 둔 점, 녹취록을 미리 확보하고도 2022년 3월 대선 직전 공개한 점, 뉴스타파 보도 후 타 매체 후속 보도가 나오고 이 대표 및 야당이 일제히 '윤석열 책임론'을 띄운 일련의 과정을 종합할 때 치밀한 '기획'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를 통한 최종 수혜자를 '이재명과 민주당'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 대표가 해당 녹취록 보도로 반격 고삐를 잡았고 실제로 윤 대통령을 향한 집중 공세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고 유사 내용 허위 보도와 고발이 이어져 진위 왜곡을 시도했다"며 "헌법상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한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 검사 10여 명을 투입해 의혹 전반 규명에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대장동 일당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를 추진한 김씨가 이와 동시에 주변 민간업자들에게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거론된 '그 분'을 유동규로 몰아가려는 시도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상공세 펼치는 정부·與…'이재명·野' 십자포화
대통령실도 공방에 참전했다. 대통령실은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이례적인 '익명 성명서'를 내고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직전인 9월5일 이 일을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 공작"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김대업 정치 공작'과 '기양건설 로비 가짜 폭로' 등 역대 대선판을 뒤흔든 허위 폭로에 빗댔다.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뒤 여당의 공세 수위는 한층 세졌다. '배후설'에 불을 지피던 국민의힘은 허위 인터뷰를 기획한 '정치적 뒷배'로 민주당과 이 대표를 지목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더 나아가 여당은 대선 공작 움직임이 전 정권의 묵인 하에 실행됐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책임론'까지 꺼냈다.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는 9월7일 "선거 공작꾼들과 범죄꾼들이 결탁한 희대의 국기문란 행위"라며 "문재인 정권의 검찰과 법무부는 의도적인 침묵으로 대선 공작에 가담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여당이 '야당과 특정 언론 커넥션' 십자포화를 퍼붓는 사이 방송통신위원회도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 보도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방통위는 단 한번의 허위보도나 악의적 행위가 적발되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추진을 예고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9월4일 국회에 출석해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시키며 공영방송이 다시 보도하는 조직적인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발행정지명령'(6개월 이내) 또는 '신문등의 등록취소심판 청구' 등 후속 조치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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