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거대 엔터 쟈니스, 창업자 성착취 첫 인정…사장 사임
새 사장엔 소속 남성아이돌 출신 히가시야마
사명은 안 바꿔…"법 이상의 피해자 보상 필요"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거대 엔터테이먼트 업체 '쟈니스(Johnny's)'는 자사 창업자 겸 전 사장인 고(故) 쟈니 기타가와(ジャニー喜多川·2019년 사망) 성착취 의혹에 대해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정하고 사죄했다. 사장을 교체하고 피해자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7일 현지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날 쟈니스의 사장인 후지시마 줄리 게이코(藤島ジュリー景子·57) 사장, 쟈니스 소속 탤런드 히가시야마 노리유키(東山紀之·56), 쟈니스 연습생 격인 '쟈니스 주니어(Johnny's Jr.)' 육성을 담당하는 쟈니스 아일랜드의 이노하라 요시히코(井ノ原快彦·47) 사장, 쟈니스 변호사인 기메다 히로시(木目田裕) 등 4명이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지시마는 지난달 외부 조사팀이 발표한 조사 결과와 관련 "쟈니스 사무소로서, 개인으로서도 쟈니 기타가와 성가해는 있었다고 인정한다. 피해자 여러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쟈니스의 기타가와에 성착취 의혹에 대한 첫 인정이다.
지난달 30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에의한재발방지특별팀(이하 특별팀)'은 올해 5월 말부터 약 3개월 간 피해자 21명 등을 포함한 전직 쟈니스 주니어, 현직 연예인, 쟈니스 관계자 총 41명을 조사한 결과 쟈니 기타가와가 1950년대 이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성착취를 거듭했다고 인정했다.
특별팀은 피해자가 최소 수백명에 달한다는 복수의 증언도 얻었다고 밝혔다. 또 후지시마 사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후지시마 사장은 "나는 특별팀 제언을 진지하게 수용해 9월5일로 사장을 사임했다. 새로운 사장은 동석한 히가시야마가 맡는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상을 위해 사장에서 물러나 당분간 대표이사를 맡겠다고 밝혔다.
후지시마 사장은 쟈니 기타가와의 누나인 메리 기타가와(メリー喜多川·2021년 사망)의 딸로서, 쟈니 기타가와의 조카다. 후지시마는 친족 경영의 폐해를 인정하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히가시야마는 "우선 기타가와의 성가해를 인정하고 사죄한다. 피해를 받은 분들이 장기간에 걸쳐 심신이 괴로웠던 분들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 사실을 진지하게 마주하기 위해 나는 연내 무대에서 은퇴한다"고 올해 연예계 은퇴를 표명했다. "인생을 걸고 임할 각오"라며 대처 등에 강력히 노력할 생각을 밝혔다.
히가시야마는 특별팀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최소 수백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으로는 법을 넘어선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사장이 된 히가시야마는 '쟈니스'라는 회사명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히가시야마는 쟈니스가 배출한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소년대(1981~2020년), 이노하라는 V6(1995~2021년) 출신이다. 이들에게는 기타가와의 성착취를 몰랐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히가시야마는 "소문으로는 들었으나 (성착취) 현장에 있었던 적도 없으며 (피해자로부터) 상담을 받은 적도 없다. 스스로 행동하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앞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노하라 사장은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쟈니스 사무소에 들어갔다. (기타가와의 성착취 소문을 다룬) 그런 책도 있었기 때문에 주변 모두 소문은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소문을 들었다고 조차 이야기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한다며 "언급해서는 안될 공기 같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NHK 등이 생중계로 방송했다. 이를 피해자들의 모임인 '쟈니스성가해문제당사자모임' 9명이 도쿄에서 모여 지켜봤다. 히가시야마가 '소문'으로 믿었다는 주장에 한 피해자는 "유감이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쟈니스는 쟈니 기타가와가 1962년 설립한 엔터테이먼트 업체다. 직원수는 190여명으로 레코드 기업 등 1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국민그룹이었던 SMAP, 히카루겐지, 소년대, V6, 아라시 등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들을 양성한 거대 엔터테이먼트 기업이다.
2019년 7월 사망한 쟈니 기타자와(사망 당시 87세)의 성착취 문제 파문은 지난 3월 영국 BBC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에서 시작됐다.
이후 올해 4월 12일 쟈니스 주니어 소속이었던 오카모토 가우안(岡本カウアン·27)이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쟈니 기타자와에게 성 착취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오카모토의 폭로 이후 쟈니 기타자와에게 성 가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잇따라 폭로하면서 인권이사회 '비즈니스와 인권' 작업부회가 지난 7월 24일 일본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인권이사회는 "(쟈니스) 사무소의 탤런트 수 백 명이 성적 착취·학대에 휘말린다는, 깊이 우려해야 할 의혹이 드러났다"고 조사 결과를 지난 4일 밝혔다. 관련 보고서를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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