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구론]② 도시는 예외?…소멸 넘어 붕괴 ‘코앞’
대구 남구 소멸 '위험'…대구·경북서 '정상'지역은 구미 뿐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 주변 대도시까지 영향
학교 통폐합·폐교, 농촌 마비, 의료 취약…지역 붕괴 '코앞'
(관련 내용은 미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습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2023 인구론]① 30년 만에 태어난 시골 아기…인구 소멸에 부딪힌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gz1w4Q_-vSg
현 시점의 인구 문제 현황과 대안을 집어보는 연속기획 두 번째 순서입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는 농어촌 지역의 문제로만 여기기 쉬운데요. 하지만 소멸은 이미 비수도권 도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 '경북 최대 도시'도 인구 소멸…포항, 대도시 지위 잃나?
경북 최대 도시인 포항은 지난해 6월 인구 5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 등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 50만 명이 무너지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누려온 '대도시 특례 업무'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행정 구청인 포항 남구와 북구를 통합해야 하고, 이어 경찰·보건소·소방서 등이 한 곳으로 축소됩니다.
물론,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그 안에 포항시가 획기적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요.
■ "대구도 안심할 수 없어"…'가장 젊은' 달성군도 소멸 주의
인구 소멸 위험은 광역시인 대구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0년만 해도 소멸 고위험 지역은 군 단위 지자체로만 구성돼 있었지만 불과 3년 사이 상주시가 '고위험' 지역이 됐고, 포항시와 대구 남구는 '소멸 위험', 대구에서 젊은 인구가 가장 많다는 달성군마저도 '주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결국, 대구·경북에 '정상' 지역은 구미 단 한 곳만 남은 겁니다.
하지만 구미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1년 새 2천5백 명 넘게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경북 전체로 봐도 10개 모든 시에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6천 명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지자체마다 인구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부서별 칸막이 속에 각 정책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
"지자체들은 그런 것들을 일일이 다 따로따로, 교육 사업은 따왔는데 산업 사업은 또 따로 돌아가니까 사업들이 시작되는 연도도 다르고 아귀도 안 맞고..."
■ 한 학교, 대학의 폐교…그 지역 사회까지 '붕괴'
문제는 이런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이 그 지역의 소멸을 넘어 주변 도시까지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 바로 학교인데요. 교육계에서는 이미 그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경북에서만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6천4백여 명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만 일곱 개 유치원과 두 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경북의 학교 두 곳 중 한 곳이 전교생 100명이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경북의 100명 이하 초·중·고교는 전체의 45.3%를 차지했는데요. 심지어 예순 명 이하 학교가 36.3%나 됩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통폐합될 수밖에 없고, 작은 학교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기피하게 되면서 학생이 더욱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런 초·중·고의 소멸이 가져올 붕괴의 파도는 대학까지 집어삼킵니다.
대학의 경쟁률이 떨어지고 정원을 채우기 힘들어지면서 경북에서는 지난 5월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에 나섰습니다. 생존 위기에 놓인 지방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건데요.
김규덕 / 경북도립대학교 기획홍보처장
"앞으로의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들을 좀 더 발 빠르게..."
이혁재 / 안동대학교 기획처장
"경상북도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공공수요라든가 평생교육이라든가, 이런 기능을 공동으로 수행해가면서, 이 지역 사회 자체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을(마련하려고 합니다.)"
이런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문을 닫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들에게 돌아갑니다.
대구미래대나 대구외국어대 등 경북에서도 폐교나 폐과로 인해 학생들이 원치 않게 전학이나 전과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죠. 교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건 물론, 대학 주변 상권까지 무너지며 지역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북도는 대안으로 IT 분야 등 유학생 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이게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 외국인 없이는 '농촌 마비'…근본 대책은?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곳은 또 있는데요. 바로 농촌 노동 분야입니다.
올해만 경북 도내 사상 최다인 5천여 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끊겨 농촌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죠.
유학생이든 외국인 근로자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감염병이나 전쟁 등 부정적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을 끌어오는 것이 근본 대책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 환자도, 의사도 없다…"경북, 전국 최악의 의료 취약지"
그렇다면 의료 분야는 어떨까요? 사람 없는데 병원이 잘 될 리가 없겠죠.
포항·안동·김천 도립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이후 환자가 줄어든 뒤 적자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없으니 의사도 줄어 경북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1.4명으로, 전국 평균 2.1명을 훨씬 밑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아예 없는 시·군도 경북에만 11곳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 결과, 경북과 전남을 전국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선정하고 공공 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등 개선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교육과 노동·의료 분야 외에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부작용은 더 커져갈 텐데요.
급격한 초고령화에 사회 필수인력 부족이 겹쳐지면서 사망 위험이 급증하고요.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내수 기업들이 타격을 입는 등 경제 시스템도 강제적으로 뼈아픈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겁니다.
단순히 한 시골 마을이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지방의 위기를 작은 시·군, 시·도 단위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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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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