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타고 돈 펑펑”... 그놈들, 40조 도박자금 세탁꾼이었다

박주영 기자 2023. 9.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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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검거한 도박자금 40조원 관리·세탁 조직이 자금을 관리해 준 불법 도박사이트. /부산경찰청

1년 4개월여간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도박자금 40조원을 관리·세탁해주고 수수료로 4000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조직은 총책을 포함해 20대가 핵심이었으며, 이들은 최고급 아파트와 고가 외제 스포츠카를 사고 코인(가상화폐)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등 흥청망청 돈을 쓰다 꼬리가 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도박개장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총책 A(20대)씨 등 20대 3명을 구속하고 공범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준 77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도박 사이트 도박자금을 관리해주고 수수료 4000억원을 챙긴 A씨 등이 타고 다니던 초고가 외제차.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포통장을 이용해 64개 불법 도박사이트로부터 입금된 자금을 관리·세탁해주고 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관리해준 자금은 40조원에 이르고 그 대가로 챙긴 돈은 4000억원쯤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전국에 36개 지부를 두고 대포통장 수집책, 도박사이트 연락책, 관리자 등 역할을 나눠 1∼2개월마다 지부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경찰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계좌 추적을 막으려고 빠르면 1시간마다 도박자금이 들어오는 대포통장을 바꾸고, 추적이 불가능한 보안 메신저만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했다.

또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하루 이틀 만에 사무실을 옮기고 자료는 모두 폐기한다”, “문자를 보내거나 대화를 할 때 본명 아닌 별명만 사용한다”는 등 10여개로 된 행동강령과 지침을 만들어 숙지하도록 했다.

불법도박사이트 도박자금을 관리·세탁해주고 수수료 4000억원을 챙긴 A씨 등으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명품들./부산경찰청

대포통장은 한개에 약 200만원을 주고 사들여 활용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사용한 대포통장은 42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포통장은 사이트 이용자들이 도박자금을 입금할 때나 들어온 도박자금을 여러 계좌를 옮겨 세탁을 할 때 쓰였다.

경찰은 “A씨 등은 부산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사거나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돈을 물쓰듯 썼다”며 “코인을 300억원 어치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각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단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돈을 펑펑 쓰고 다닌다’는 첩보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재산 중 8억3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사들인 300억원 어치 코인은 개인전자지갑에 남아 있지만 복잡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몰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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