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대량 구조조정 없다…통신사업자들 독점서비스 안주"(종합)
"줄대기·일감몰아주기 없앤다 선언할것"…향후 정기인사엔 "문제 걷어내는 시발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임은진 오규진 기자 = KT 김영섭 대표이사가 7일 자신의 첫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쓴소리를 내며 혁신을 주문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독점적 서비스에 안주하는 통신업체들의 관행을 지적한 데 이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KT '이권 카르텔' 해소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김 대표는 세간의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분명히 선을 그으며 조직 화합과 안정에도 주력했다.
"KT가 새출발하는 인사 하고싶다…통신비 인하는 수용가능 범위에서"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오는 11∼12월로 예정된 2년 만의 정기인사가 "여러가지 문제를 걷어내고 KT인들이 마음을 합쳐 함께 출발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전임 경영진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 해소를 인사의 중요한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겠다는 뜻을 시사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KT가 다시 위상을 회복하고 새출발하는 잘 된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같은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직 내 '인사 줄대기' 소문 등을 들어본 적이 있다며 "연말 인사가 끝나면 이런 것을 없앤다고 조직에 선언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런 안목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조직에 있다면 머릿속에서 다 포맷하고 딜리트해달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런 걱정은 곧 없어질 것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 KT'(One KT)를 지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친정인 LG 출신 인사들의 영입 관측에 관한 질문도 나왔으나 "KT 내 훌륭한 사람들을 선발해서 함께 성장의 길을 가는 데에 방점을 두고 KT인 중심으로 할 것"이라며 특별히 'LG 사람'을 데려올 생각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연말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규모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통상 수준의 인원 교체나 해임, 신규 채용은 있겠지만 옛날 CEO가 바뀔 때처럼 몇천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구조조정은 지금 현재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연내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김 대표는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고객, 종업원, 주주 모두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제안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연임 추진 가능성에는 "좋은 KT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전략에서 최선을 다하고 적당한 때에 집에 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통신회사로서 KT가 가진 CT(통신기술) 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IT(정보기술) 역량을 충족해 ICT로 융합되면 진출할 수 있는 영역과 지역이 무한으로 열려 있다"며 "ICT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이 바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라고 강조했다.
M360서 "빅테크가 디지털 주인됐다…통신사들이 변화 선점해야"
앞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린 M360 APAC에서 김 대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인프라 제공에만 안주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데 만족하는 동안 테크 기업들은 Telco(통신사업자)가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놔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취임한 지 8일 만에 공개 무대에 데뷔한 김 대표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한 '강제 혁신'을 당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클라우드,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이 미래 디지털사회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홀로그램 통신, 도시나 국가 수준의 매시브 디지털 트윈(현실의 기계나 장비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것), 딥러닝에 기반한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등 "새로운 방식의 통신이 녹아든 세상"으로의 변화를 선점하자고 김 대표는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가 공식 후원사를 맡은 이 행사는 GSMA가 매년 모바일 산업 현안에 관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M360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표 외에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양지에 차이나모바일 회장도 연설자로 나섰다.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올해는 휴대전화가 출시된 지 50주년 되는 해"라며 "오늘날 네트워크 보급률은 95%에 달하고 웹 3.0과 AI 등이 발전하면서 연결성이 핵심 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성이 중요해진 만큼 "디지털 이용 격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준 사장은 "통신 네트워크가 사람 간 소통을 넘어 주변의 사물과 기기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더 많은 기능이 구현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에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에 따른 변혁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자사도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신형 정보 서비스 구축, 과학기술 분야 투자 확대, 6G 시대 주도권 확보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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