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에 우크라이나 전쟁 길어진다[디브리핑]
러, 정제 제품 수출로 제재 우회…인도 등에 외교 영향력↑
전쟁 비용 조달 ‘숨통’…소모전 양상 유리한 측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에 러시아가 미소짓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에 속을 끓이고 있는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의 고삐를 늦출 것이고, 러시아는 전쟁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요7개국(G7)과 동맹국들은 최근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을 재논의하는 회의를 보류했다.
지난해 12월 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미만으로 거래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상승함에 따라 러시아 원유는 이미 가격 상한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우랄산 원유 가격이 상반기 평균 배럴당 56달러에서 지난달 74달러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국가들이 하반기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때 원유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만큼 가격 상한제를 엄격하게 시행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우랄산 원유 가격은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 외에도 경유, 등유 등 정제 제품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점도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가격 상한제 실시 이후 원유 판매량이 줄자 프리미엄 정제유 판매량을 늘리면서 원유 수출 대금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케이플러는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 중 10%를 정제해 수출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석유 업체 들은 당초 이번달에 예정된 정제 시설의 유지보수를 내년 가을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나 중국, 튀르키예 등도 ‘그림자 선단(선박명 등 정체를 숨기고 운항하는 선박)’을 통해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를 자국 내에서 정제해 EU 등에 내다 팔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 5월 6900만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전인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증가한 수치다. 7월에는 수입량은 5000만 배럴로 줄었지만 전쟁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 업체가 인도에 대한 원유 판매로 1~5일 벌어들인 수출 대금은 148억달러에 달했다.
그 결과 인도가 EU에 내다 파는 정제유 제품 수출량은 급증했다. 6월에는 510만배럴의 경유와 320만 배럴의 제트유가 인도로부터 EU로 수출됐는데 이는 1년전 각각 168만 배럴과 251만배럴에서 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올레그 우스텐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 고문은 다른 국가에서 정제됐더라도 러시아산 원유를 사용했을 경우 정제유 수입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무기를 구입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러시아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산 원유 수입으로 이득을 얻고 있는 인도 등 신흥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외교적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는 이번 정상회의에 우크라이나를 초청하는 것을 거부했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초청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G20의 초점은 성장과 발전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고려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는 “러시아가 인도의 주요 석유 도입선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유 가격 상한제를 우회해 성공적으로 전쟁 비용을 조달한 러시아는 전황을 소모전 양상으로 이끌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예상보다 잘 막아내고 있다.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쟁 양상이 소모전으로 바뀌면서 러시아는 자국군의 주요 장점인 인력과 화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는 우크라이나 군이 최근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돌파하고 2차 방어선을 공략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여전히 3차 방어선에 충분한 예비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민, 유튜브 채널 해킹 당했다…"너무 무서워"
- 우리 오빠가 담배를?…엑소 디오, 실내 흡연 과태료 처분
- 면허취소 됐는데 차 몰고 경찰서行…이근, 이번엔 무면허 운전 ‘입건’
- '나는솔로' 진짜로 ‘경각심’ 필요했던 뇌피셜·가짜뉴스 파동
- “명품가방 샀어?”…아내 바다에 빠트리고 돌 던져 살해한 남편, 그 이유가
- ‘학폭 의혹’ 김히어라 부인 “아무리 생각해도…‘일진행동’ 그런적 없다”
- BTS 뷔 "'서진이네' 촬영중 한국 가고 싶었는데 여권 나영석한테"
- “이러면 차라리 안본다?“ 갑자기 월 4000원 인상…역대급 터지자, 돌변
- 허지웅 "교단 절벽 끝으로…살인 아니라 할 수 있나?"
- “이러면 다들 아이폰으로 갈아탄다?” 겨우 1㎝ 구멍에 벌써부터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