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혼인신고하면 불리할까… MZ세대가 ‘결혼 페널티’ 따지는 이유[부동산 빨간펜]

오승준 기자 2023. 9.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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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결혼 페널티’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을 하면 주거 지원에서 혜택이 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망설이는 데에는 높은 집값에, 청약이나 대출 등에서 오히려 불리한 면이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에는 10.1년이 소요됩니다. 2020년 조사 당시 8년이었는데, 2년 넘게 늘어났죠. 2008~2019년 사이에는 6년 가량이었던 내 집 마련 기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세대 중에서는 결혼식을 올려도 정작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청약과 대출 등에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따져 그렇게 결정한다고 하네요.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정말 혼인신고 여부가 내 집 마련에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주택 구입, 청약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3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에 위치한 웨딩드레스 전문점의 모습. 뉴스1

Q. 청약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지금까지는 맞벌이 가정이라면 청약과 대출에서 불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자격은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60% 이하입니다. 올해 적용되는 기준은 1041만 원(3인 가족 기준)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라면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죠. 또 혼인신고 후에는 부부가 한 세대로 합쳐지기 때문에 주택 청약 기회도 1회로 줄어듭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부부가 각각 한번씩 청약 신청을 할 수 있으니 기회가 2번 있는 셈이죠.

각종 정책 대출에서도 부부 소득을 합산하면 기준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많은 정책 대출은 개인 소득과 신혼부부의 합산 소득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내집 마련 디딤돌 대출’은 6000만 원 이하의 개인 혹은 합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부부가 신청 가능합니다. 버팀목 전세 대출도 소득 기준이 개인과 부부 관계없이 모두 5000만 원이죠.”

Q. 소득 기준을 넘지 않는 신혼부부라면 ‘결혼 페널티’가 없는 것 아닌가요?

“소득기준을 넘지 않더라도 ‘생애 최초’라는 기준이 세대원 전체에 적용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생애최초 주택 매입일 경우 저리로 주택 자금 대출을 받거나, 취득세를 감면받는 등 혜택이 있습니다. 그런데 혼인 신고 뒤에는 생애 최초 혜택도 부부 합산 1번만 적용받을 수 있죠.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남편과 아내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결혼 후에는 한 번으로 줄어든다는 거죠.”

부부가 주택 매입·청약 때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유리한 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부부합산 소득 활용
출산 시 신생아 특별공급
출산 시 신생아 특례 대출(연 1~3%대 금리로 최대 5억 원)
불리한 점
맞벌이인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을 넘을 수 있음
각종 정책대출 소득 기준이 1인 가구와 큰 차이 없음
취득세 감면 등 ‘생애 최초’ 혜택은 부부 합산 1회만 적용
자료: 국토교통부 등

Q. 신혼부부라서 유리한 부분은 없나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금지 규제 때문에 부부 합산 총소득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라면 둘의 연소득을 합산해 더 많은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유리한 제도도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아이를 낳은 가구를 대상으로 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을 신설하기로 했죠.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3인 가구 이하976만 원)인 경우 신청 가능한데, 혼인 여부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네요.

또 내년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이 시행돼 출산 가구는 연 1~3%대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구입·임대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 출산 부부는 합산 연소득 1억3000만 원 까지 신청 가능합니다.

청약 제도도 최근 부부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손질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배우자의 청약통장 보유기간의 절반을 합산해 최대 3점까지 가산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청약제도를 바꿀 예정입니다. 또 같은 아파트에 대해서도 부부가 각각 청약에 지원하는 방안도 시행한다고 하네요.

내집 마련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결혼 시 증여세 최대 3억 원 공제도 금전적 혜택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1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1억 원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를 면제해주게 됩니다. 현재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 비과세이지만, 만약 법이 통과되면 신랑과 신부를 합치면 최대 3억 원까지 세금이 면제되는 겁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 5000만 원씩 도움을 주실 부모님이 얼마나 많을지는 의문이네요.

내 집 마련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20, 30대들을 좋지 않게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집값만 봐도 사랑만으로 결혼을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애들’이 이렇게 결혼에 유불리를 따지는 데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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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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