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부 장관 "재난대응 시스템 강화 박차"
"복잡하고 늘어나는 사회·자연재난 역량 키울 것"
"안전 공무원들 국민이 가엽게 여기고 격려해야"
"잼버리 자화자찬은 아니지만, 막판 국가 위기대응 역량 확인"
"지방시대委와 '어깨동무', 부처간 협업 이끌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이 “재난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행안부가 정부 부처들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출입기자단 대상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장관'이라고 불리던 이 장관은 지난해 10·29 이태원가 벌어지면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고, 헌재가 이를 기각하며 지난 7월 말에야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이 공식 기자간담회를 연 건 1년여 만이다. 복귀 직전 오송 지하차도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졌고, 복귀 후엔 전국적 수해와 잼버리 사태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장관은 “직무 정지 기간 동안 장관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행안부의 과제와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며 복귀 후 행안부의 '첫 시동'은 "최근 벌인 행안부 조직개편 및 인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제대로 일할 행안부를 만들기 위한 발탁 인사,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야전사령관 격인 차관보 신설, 안전예방정책실과 디지털정부실 격상 등 세 가지를 중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고기동 세종특별자치시 부시장(행시 38회)을 실장(1급) 승진 1년만에 차관으로 발탁한 지난달 말 행안부 인사는 세종 관가에서 이목을 끌었다. 본부 실장자리를 거치지 않은 고 차관이 임명되고, 실장 승진도 대거 이뤄지면서 기존 실장들은 본부에서 대거 짐을 뺐다. 이 장관이 조직 장악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른 부처에도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앞으로의 행안부의 업무 최중심엔 ‘재난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자연재난이 날로 늘고 다양화하고 있다"며 "과연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해 근본적으로 재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잘 대응키 위한 기초를 임기 중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재난 관련 기존 3개실 1개국(안전정책실·재난관리실·재난협력실·비상대비정책국)을 예방·대비·대응·복구에 맞춰 3개실 2개국 (안전예방정책실·자연재난실·사회재난실·재원복구지원국·비상대비정책국)으로 개편했다. 체계적인 재난 대응을 위한 조치다.
정부는 최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관할 경찰과 소방, 세종 행복청장 등을 인사조치했다. 이들은 유가족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앞으로 사고 발생 시 담당자 인사조치에 대한 정부 기조를 묻는 질문에 이 장관은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기자, (국민)여러분들이 재난 업무 담당자들은 ‘긍휼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재난을) 잘 막으면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반면, 조금의 잘못에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재난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행안부 차원에서 최대한 배려해줄 것”며 “이들을 격려해주고 사회적으로 대우하는 분위기가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방소멸 대응에 대해 행안부를 넘어 범 부처적인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이 소멸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와 교육”이라며 “수도권 대기업이 흩어져야 하고, 지방대를 키우는 동시에 중앙의 일류 대학이 일부 단과대를 지방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메기가 내려가야 긴장이 되고, 건전해진다”며 “이런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부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와 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업무 공백 시점인 7월 10일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안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위원회는 공무원 조직은 미처 생각 못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위원회와 ‘어깨동무’를 해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방에 있다”며 “국민 모두가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을 같이 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잼버리 사태에 대해 그는 “안전 업무를 맡은 행안부가 더 책임감 있게 폭염, 벌레문제에 대응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1, 2차 점검위원회를 통해 행안부가 110가지 문제점을 지적했고, 추가 지적사항을 100가지 넘게 조직위에 전달했지만, 실행이 잘 안됐다”면서 "조직위 대신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대형 행사에 대해선 (행안부가) 지적과 건의에 그치지 않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실효성이 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대회는 행사를 치러낼 만한 역량 갖춘 부서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잼버리는 미진한 점이 많았지만, 결국 마무리는 잘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대통령 특별 지시로 정부가 본격 현장을 지원하면서 확연히 달라졌다”며 “자화자찬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인색하게 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4만명의 숙소를 마련하는 문제, 태풍 카논이 북상하는 와중에 3일만에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의 지점에선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 역량이 빛났다고 본다”며 “(부산) 엑스포 등 국제 행사도 잼버리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잘 치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진을 위해 행안부는 지난 조직개편에서 디지털정부국을 디지털정부실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디지털 강국”이라며 “국민이 실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운전면허증의 경우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 이를 해결하고, 최근 발표한 인감증명서 자동화 시스템과 같이 국민이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참사 직후 가장 먼저 유가족을 만나려 했고, 수 차례 제안했으나 무산됐으며, 지금도 (만남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조치로 그는 △희생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모욕당하지 않게 하는 조치 등 명예 회복 △추모 공간을 마련 △안전 시스템 확충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세 가지만큼 최우선으로 추진코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가족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유가족과) 정부 간에 벽이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여성가족부를 폐지에 대해선 “정부의 (폐지) 입장은 이전과 동일하다”며 “현재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고, 기능을 유지한 체 복지부라는 큰 부처에 넣어야 (여가부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방정부가 지출한 잼버리 비용의 정산 문제에 대해선 “국비 지원이 원칙”이라며 “추석전에 지급을 마치겠다”고 했다.
세종=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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