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평통, 문재인 평화 프로세스 흔적 지우기?
文정부 당시 포함됐던 표현 삭제 결정해
‘평화 및 통일’ 역할규정서 ‘통일’만 남겨
‘평화’ 우선했던 前 정부 기조에 선 그어
“사소한 표현 집착해 분열 키워” 비판도
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평통은 지난 5일 제21기 회의 출범 후 첫 운영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국내지역회의·해외지역협의회 운영규정을 이같이 개정했다.
박근혜 정부 이전 민주평통 운영규정에는 ‘통일’ 또는 ‘평화통일’ 등으로 기재돼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9월 운영규정을 개정하면서 ‘평화 및 통일’로 변경했다.
석동현 평통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도 평화적 통일을 원하지만 ‘평화 및 통일’이라는 표현은 평화와 통일을 별개의 독립된 목표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시각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지난 문재인 정부가 통일보다 평화를 우선하기 위해 규정을 바꿨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도발 내지 침공하는, 통일과 평화가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평화를 우선시한다면 북한에 대한 반격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 처장은 “(과거 정부에서) 대북관계를 잘 하려고 하는 것을 넘어 거의 굴종적으로 되다시피 했다”면서 “평화라고 해서 모든 것이 좋다는 식으로 해서 결국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고도화시키는 이 상황을 우리가 눈감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여러 차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비판하며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운영규정 개정은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 시도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평화 및 통일’이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해석해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회의 참석자는 “대다수 국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나누지 않고 인식하는데, 운영규정에 언급된 ‘및’이라는 부사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면서 “역사와 이념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당연직 의장을 맡고 있는 헌법기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의 임기가 지난 8월말로 종료되고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 9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국내외 부의장 23명, 분과위원장 9명, 국내외 협의회장 273명, 상임위원 466명 등 약 2만 1000명에 이르는 자문위원들을 신규 임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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