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후정상회의 연 아프리카…“책임 큰 선진국이 자금 대야”

김미향 2023. 9.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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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사실상 '일방적 피해자'인 아프리카 국가들이 사상 처음 자신들이 주도하는 기후 정상회의를 열었다.

사흘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제적 탄소세'를 도입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저리로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뒤처진 아프리카 나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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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4일 케냐 나이로비의 케냐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참가국 정상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후변화의 사실상 ‘일방적 피해자’인 아프리카 국가들이 사상 처음 자신들이 주도하는 기후 정상회의를 열었다. 사흘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제적 탄소세’를 도입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저리로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제1회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의 주최자이자 의장인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4일부터 사흘 동안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회의를 마치며 참가국들의 뜻을 한데 모아 ‘나이로비 선언문’을 발표했다. 참가국들은 선언문에서 아프리카가 기후변화의 불운한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청정에너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루토 대통령은 “젊은 인구, 천연자원,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을 갖춘 아프리카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뒤처진 아프리카 나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55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프리카연합(AU)은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앞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자는 케냐 정부의 제안을 받아 이번 행사를 열었다. 13억 인구가 사는 아프리카 대륙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가장 책임이 적은데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는 가장 취약한 대륙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기후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아프리카가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서구 선진국들의 더 적극적인 기여였다. 특히, 아프리카가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천연자원을 보존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동원할지에 모아졌다. 참가국들은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을 ‘감당 가능한’ 금리와 상환기한을 적용해 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채위기’만 깊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에 빈곤국에 대한 금융 확대를 요청했다.

나아가 새로운 ‘글로벌 탄소세’의 도입을 제안했다. 해상·항공 운송을 할 때 국제적 차원의 탄소세를 부과해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조달하자는 취지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오염을 유발한 서구 선진국이 탄소 배출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게 해 실질적 대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루토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은행과 민간 투자자로부터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위해 총 230억달러(약 30조7100억원)가 모금됐다고 밝혔다. 28차 당사국총회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도 하루 전 아프리카의 청정에너지 개발에 4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참가국들은 이런 투자가 재정을 손상시키며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금액 중 얼마나 많은 금액이 확실한 약속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 4일, 케냐 나이로비의 한 거리에서 시위대가 기후변화에 대한 빠른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말은 줄이고 행동은 늘려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AP 연합뉴스

이번 행사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등도 참석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의 중심에는 불의가 불타고 있으며, 그 불길은 아프리카의 희망과 가능성을 태우고 있다”며 아프리카 나라들의 주장을 지지했다.

다만,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큰 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이집트 등이 이번 회의에 불참해 메시지의 대표성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회의 기간 행사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말은 줄이고 행동은 늘려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회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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