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72분 대화' 음성파일 전체 공개
뉴스타파가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전면 공개한다. 이 파일은 2021년 9월 15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신학림이 김만배를 만나 신학림의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것이다. 분량은 총 72분이다.
뉴스타파가 음성파일 공개를 결정한 건, '김만배-신학림 대화내용은 기획인터뷰'라는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등 여권의 주장이 비정상적인 정치 공세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들은 '대선 개입', '국기 문란', '폐간', '사형' 같은 단어를 써가며 뉴스타파 보도를 문제삼고 있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는 '김만배-신학림' 72분 간의 음성파일을 바탕으로 '허위 인터뷰', '대선 개입' 같은 여권 주장의 진위를 따져보고, 아울러 대화가 녹음된 지 6개월 만에 보도하게 된 경위도 자세히 밝힌다.
'윤석열 커피'가 김만배 공작? 김만배 실제 발언은 "커피는 직원이 타줬다"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는 이 음성파일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보도했다.(관련 기사 :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주요 내용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 씨를 봐줬다는 김만배의 발언이다. 김만배는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이후 사건이 없어졌다"고 신학림에게 설명한다.
대장동 사건의 또다른 핵심축인 남욱은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내용은 2022년 2월 21일 JTBC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그런데 최근 보수 언론들은 남욱이 기존의 진술을 바꿨다고 보도한다. 2021년 9월쯤 김만배가 남욱에게 전화해 "그때 조우형에게 커피 타 준 게 윤석열이지?"라고 물었고, 남욱은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만배가 남욱에게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남욱은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고 나온 조우형을 자신이 직접 만났다고 검사에게 말한다. 김만배에게 들은 내용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얘기를 진술한 것이다.
무엇보다 남욱의 바뀐 진술이 '김만배 음성파일' 내용과도 어긋난다는 점이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만배는 신학림에게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말한 사실 자체가 없다. 오히려 '검찰 직원이 커피를 타 줬다'는 취지로 말한다. '남욱, 조우형 등을 동원한 김만배의 기획인터뷰'라는 여권의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더구나 '김만배 음성파일'에서 김만배가 말하는 대화의 핵심은 '커피'가 아니다. 핵심은, 김만배의 말처럼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한 뒤, 조우형 관련 수사가 무마됐는지 여부다.
'대선 개입용' 기획 인터뷰? 녹음 장소는 커피숍, 화장실 속 대화도 고스란히 녹음
뉴스타파 보도는 김만배 음성이 녹음되고 약 6개월 후에 나갔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만배와 신학림이 미리 짜고친 '기획 인터뷰'라고 보고, 신학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녹음 일주일 뒤,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1억 6200만 원을 계좌로 이체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학림은 김만배의 돈을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10년 넘게 쓴 책 3권 값"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대선 개입용 기획 인터뷰라고 보기엔 허술한 점이 너무 많다. 2021년 9월 15일, 두 사람이 만난 곳은 경기도 성남 소재의 커피숍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커피숍 CCTV에 찍혀가서 범행을 모의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음성파일 마지막 부분에는 두 사람이 같이 화장실로 이동해서 나누는 대화도 등장한다.
두 사람의 대화 도중 김만배는 총 5번의 전화를 받는다. 대선 공작용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걸려온 전화를 일일이 받는 모습도 의아하다. 결과적으로 이 음성파일은 '인터뷰'라기 보다는 개인 간의 사적 대화를 일방이 무단으로 녹음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구속기간이 만료돼 오늘(7일) 자정 출소한 김만배도 기자들에게 "사적인 대화일 뿐이며 녹음되는지도 몰랐다. 신학림에게 보낸 돈은 책 값"이라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얘기하지 마" 재차 입단속하는 김만배,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상당수
음성파일에는 여러 얘기가 들어 있는데, 김만배에게 불리한 내용도 적지 않다. 예컨대 ▲조우형에 대한 대검 중수부 수사 무마 ▲김만배의 박영수 변호사 특검 선임 관여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측 인사의 '하나은행-화천대유 컨소시엄' 관여 의혹 등이다. 하나같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김만배가 사법 처리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6개월 후 치러질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자신의 범죄 행각을 김만배가 구체적으로 실토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음성파일에서 김만배는 여러번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형, 이거 쓰면 안 돼", "죽을 때까지 얘기하지 말아야지"와 같은 말을 하며 신학림을 입단속한다. 음성파일 내용이 짜고친 인터뷰라고 볼 수 없는 또다른 이유다.
게다가 녹음이 이뤄진 2021년 9월 15일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에 대한 1차 컷오프가 발표된 날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 건 11월 5일이다. 결국 검찰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약 두 달 전에 특정 후보의 낙마를 목적으로 한 가짜 인터뷰를 김만배가 여러 사람을 총동원해 기획했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 신학림 : 그 누가? 아까 그 박길배인가 하는 검사가? 누가?
● 김만배 :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 신학림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김만배 : 응. 박길배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그런데.
○ 신학림 : 그럼 아니 잠깐만! 조우형이. 그러니까 박영수가.
● 김만배 :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 신학림 :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화했던 거야?
● 김만배 :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신학림 :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 김만배 : 통했지.
- 김만배-신학림 72분 음성파일 중
조우형·남욱 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조우형 측근 "커피 얘기 나도 직접 들었다"
검찰은 조우형과 남욱 두 사람이 최근에 바꾼 진술을 발판 삼아 뉴스타파가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단정한 상태다. 이들은 김만배가 '허위 인터뷰'나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김만배가 이들에게 '허위 인터뷰'나 '허위 진술'을 지시하기 위해 통화했을 때의 녹음파일 등 물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만배는 오늘 출소 직후 기자들에게 '신학림과 허위 인터뷰를 한 적이 없고, 조우형과 남욱에게 허위 사실을 언론에 말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으며, 대선에 개입할 만큼 자신이 능력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법원은 어제(6일) 김만배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위 인터뷰', '대선 공작' 등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문제는 '물증'이다. 수사 도중 뒤바꾼 진술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긴 쉽지 않다.
한편, 조우형과 함께 일했거나 조우형을 잘 아는 측근들을 통해서 나오는 얘기들도 심상치 않다. 조우형의 한 측근은 뉴스타파에 "검찰과 조우형이 거래를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조우형과 최근에 통화했는데 자기 검찰 수사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
또 다른 조우형의 측근도 "조우형이 2011년 대검중수부 조사 때 주임검사랑 커피를 마셨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우형 측근들의 증언은 추가 취재를 거쳐 조만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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