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이 꺼낸 KT 성장전략은 '함께 멀리'

김동훈 2023. 9. 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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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
"아마존·쿠팡처럼 성장 기반 쌓을 것"
김영섭 KT 대표가 7일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에서 기자단과 소통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달 30일 취임 이후 처음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회사 성장 전략을 짧게 요약하면 '함께 멀리'였다.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기존 KT 임직원과 함께 간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아마존·쿠팡과 같은 미래 성장성·잠재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7일 김영섭 KT 대표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매출 신장과 이익 규모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 등을 거친 바 있다.

그는 "주주에게 가장 기쁜 소식은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인데, 이는 영업이익과 매출이 오르는 것의 영향은 크게 없다"며 "예를 들어 아마존, 쿠팡이 오랫동안 적자를 내면서도 살아남고 주가를 받쳐준 것은 미래 성장성, 잠재력이 높아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다만 미래 성장성을 쌓은 방식이 인수·합병(M&A)를 통한 외형 성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M&A를 하고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필요하면 하겠지만, 인수를 많이 해서 큰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고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크다"며 "KT의 텔코(통신) 역량과 IT(정보기술) 역량을 결합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KT가 그동안 쌓은 내재적 역량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기본이고, 이를 다른 영역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장기적 목표이지 외부 수혈 방식을 무리하게 동원해 신사업 확장을 하진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관련 "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로 주가도 많이 오르고 그랬는데, KT의 ICT 역량은 그런 제조업과 속성이 전혀 다르다"며 "ICT 역량을 고도화하면 우리도 포스코처럼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대규모 인위적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올해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공백으로 인해) 2년치 인사를 한꺼번에 해야 하지만 빠른 인사 시점을 고려하기보단 신중하게, 질적으로 좋은 인사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LG그룹 출신이 요직에 영입될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우선적으로 KT 내부의 훌륭한 사람을 선발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KT가 해본 적 없는 분야, 사람이 구해지지 않은 곳은 외부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 등 본업 현안에 대해선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피해 가기 어렵다 생각이 들면 선도적으로 대화하고 사업자간 의견을 나누고 힘을 모아 합리적 수준으로 고객과 종업원, 주주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제안하는 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장기간 경영 공백 사태를 겪은 KT를 둘러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답변을 크게 회피하지 않고 농담을 자주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대표가 불법 행위로 1심에서 벌금형 이상 선고 받으면 사실상 연임을 금지하고 후계 구도를 이사회 논의 없이 정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경영계약서에 대해선 "다시는 경영공백 사태가 없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거버넌스 수준이 한단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학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다. 앞으로를 사자성어로 풀어달라'는 주문을 받자 "잘못된 소문이니 지금부터 관심을 꺼달라"며 웃으면서도 함께 바다를 건넌다는 뜻의 성어를 제시했고, 롤모델 빅테크를 묻는 질문엔 "한국 통신사들이 글로벌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 모기나 파리 한 마리 정도"라면서도 "열심히 해서 존재감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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