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SMIC 7나노칩, 美 제재 위반했나…"관건은 IP"

장경윤 기자 2023. 9. 7. 16: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크인사이츠, 반도체미디어 데이서 SMIC 7나노 공정 견해 밝혀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최근 화웨이·SMIC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이 7나노미터(nm) 칩 설계 및 양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압박 속에서도 첨단 반도체 기술의 진보를 이룬 것으로, 미국은 즉각 "SMIC가 수출 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SMIC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7나노 칩을 구현했다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테크인사이츠는 "SMIC의 7나노 공정에 쓰인 IP가 무엇이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코리아 지사장(사진=장경윤 기자)

7일 테크인사이츠는 서울 강남에서 '반도체 미디어 데이'를 열고 중국 주요 파운드리 SMIC의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캐나다 소재의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으로, 최근 화웨이가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모바일 AP를 분석한 자료를 출간했다.

■ SMIC, 'N+2' 공정으로 7나노서 기술적 진보 이뤄

분석 결과 '메이트 60 프로'에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기린 9000' 칩이 탑재됐다. 양산에는 중국 주요 파운드리 SMIC의 7나노미터(nm)급 공정 'N+2'가 활용됐다.

SMIC의 7나노 칩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해에도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공급된 칩에서 SMIC 'N+2'의 이전 세대인 'N+1' 공정이 적용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코리아 지사장은 "작년에 발견된 SMIC의 암호화폐 채굴용 7나노 칩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제품"이라며 "반면 이번에 확인된 2세대 7나노 칩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셋으로 SMIC가 기술적 진보를 이뤄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N+2 공정은 N+1 대비 CD(임계수치; 반도체 회로 패턴의 폭이 얼마나 균일한 지 나타내는 척도)를 개선했고, 셀 높이 감소를 통해 전체 셀 면적을 10% 줄였다. 게이트 밀도 역시 향상됐다.

7나노 칩 양산을 위한 공정 기술도 눈에 띈다. 통상 반도체 업계는 가장 진보된 노광 기술인 EUV(극자외선)를 통해 7나노 이하의 칩을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SMIC는 미국의 제재로 EUV 장비 도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보다 한 단계 아래인 DUV(심자외선) 장비를 활용했다.

다만 DUV로 7나노 공정을 구현하려면 회로에 패턴을 새기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EUV 대비 제조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대만 주요 파운드리 TSMC도 같은 이유로 7나노 칩 초기 생산을 DUV로 진행하다가 이후 EUV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옥 지사장은 "N+2 공정으로 양산하며 제조 원가가 크게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나, 중국 기업들이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아니다"며 "탄탄한 정부의 지원 및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 개발을 될 수 있으면 전부 적용해보려는 기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美, SMIC 7나노 칩에 '규제 위반' 의심…관건은 'IP'

테크인사이츠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IP(설계자산)다. IP는 반도체 칩 내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도록 미리 정의된 블록으로, 파운드리 및 팹리스 양측 모두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테크인사이츠는 분석 자료를 통해 "기린 9000 칩 설계에는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주요 업체들의 표준 셀 라이브러리(IP의 집합)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기린 9000에 활용된 주요 IP 코어를 평가할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자국 기업이 중국에 EDA(전자설계자동화) 툴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EDA는 반도체 설계 및 검증에 활용되는 소프트웨어로 IP와 긴밀한 협력 관계에 놓여 있다.

때문에 기린 9000 설계 및 제조에 미국 IP가 활용됐다는 분석이 도출될 경우, SMIC와 화웨이는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회피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테크인사이츠가 "미국의 규제가 특정 셀 라이브러리를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 지는 불분명하다"는 전제를 두면서도, 기린 9000의 IP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MIC가 미국의 수출통제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경윤 기자(jkyoon@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