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맘의 진화' 고현정 전혜진 한효주, 감성팔이 모성애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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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K-모성애'는 난데없는 무리수 전개에도 감동을 쥐어짜며 기어코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빠지게 만드는 만능 치트키였다.
세대를 불문하고 눈물샘은 자극할지라도 마냥 따뜻한 전형적인 엄마 이미지만 되풀이하며 대체로 신파극, '감성 팔이' 소재로 쓰이곤 했다.
이 세 작품은 주체적인 엄마를 내세워 여러 갈래로 나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고 나아가 사회 문제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던지며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마저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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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자고로 'K-모성애'는 난데없는 무리수 전개에도 감동을 쥐어짜며 기어코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빠지게 만드는 만능 치트키였다. 세대를 불문하고 눈물샘은 자극할지라도 마냥 따뜻한 전형적인 엄마 이미지만 되풀이하며 대체로 신파극, '감성 팔이' 소재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요즘 K-드라마 속 엄마들은 다르다. 물론, 본능에 이끌린 자식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게 진리겠지만 더 이상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을 강요당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차 달라짐에 따른 시선의 변화를 K-콘텐츠들이 반영하며 모성애의 다채로운 변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뻗어나갈 이야기 줄기가 광범위해지며 주인공의 엄마에서 엄마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 넷플릭스 '마스크걸', ENA '남남' , 디즈니+ '무빙' 등 최근 인기작들 모두 모성애를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소재의 큰 틀만 같을 뿐, 결이 다른 모성애로 시청자들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 세 작품은 주체적인 엄마를 내세워 여러 갈래로 나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고 나아가 사회 문제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던지며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마저도 사로잡았다.
특히 엄마 역할을 여배우들이 기피한다는 말도 이젠 옛말, '마스크걸' 고현정·'남남' 전혜진·'무빙' 한효주까지 톱스타들이 자처한 것만 봐도 엄마의 얼굴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이전과 다른 반전 매력을 발휘,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쓰며 그야말로 세 가지 색의 모성애를 보여준다.
# '마스크걸' 고현정, 모성이라 쓰고 '부성'이라 읽는다
고현정은 '마스크걸'에서 외모지상주의 폐해를 보여주는 캐릭터 김모미 역을 열연, 전 세계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못생긴 얼굴의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이한별),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꾼 흑화한 김모미(나나)에 이어 교도소에 수감된 중년의 김모미로 등장한 것. 특히 그는 '죄수번호 1047' 삶에 익숙해져 절망하다 못해 초연해진 모습에서 딸 김미모(신예서)를 위협하는 김경자(염혜란)의 등장에 폭주, 압도적인 결말을 장식했다.
김모미는 김미모의 생모이긴 하나, 복수를 위해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김경자보다도 못한 존재였던 바. 이에 고현정은 딸을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목숨까지 내놓는 모성을 발휘하면서도 마침내 마주한 딸 앞에선 세월의 거리감을 표현하는 절묘한 눈빛과 감정 연기를 펼치며 '마스크걸'의 깊이를 더했다.
김모미의 모성애에 대해 고현정은 "어떤 말이든 너무 구차할 것 같고, 또 죽는 상황에서도 미모에게 무슨 말을 했든 간에 너무 작위적일 것 같아 대본에 있던 대사를 생략했다. 모미가 딸을 구할 때 제가 생각한 모성애라면 먼저 이 애가 괜찮은지, 다친 데는 없는지, 상태를 일일이 체크했을 거다. 근데 모미는 미모가 무사한가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성애를 느꼈다. '지킨다'는 감정이 앞서, 모성보다는 부성애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었다. 모미 스스로도 '염치가 없다'는 걸 아니까, 오죽하면 김경자의 비뚤어진 모성마저 부러워했을 것 같다"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 '남남' 전혜진, 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같은 엄마'
전혜진은 '남남'에서 김진희(수영) 엄마 김은미(전혜진)로 분해 기존의 카리스마를 지우고 역대급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친구 같은 엄마를 넘어, '금쪽이 같은' 철부지 엄마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인물로 완성한 것. 쿨내 폴폴 풍기는 딸 역의 수영과 티키타카를 이루며 모녀 케미에 한 획을 그었다.
무엇보다 전혜진은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김은미는 고등학생 때 아이를 낳아 홀로 기른 인물. 전혜진 특유의 걸크러시 면모가 고스란히 묻어나 매사 거침없고 솔직 당당한 은미의 서사에 설득력을 높였다. "너는 너 알아서 해"라고 딸에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하는 태도에서도 은미의 올곧은 자녀관을 엿볼 수 있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또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
'남남'이 미혼모 가정을 다루는 방식도 여느 작품들과 다르기에 더욱 매력적인 엄마 캐릭터가 탄생될 수 있었다. 떠나간 생부에게 책임을 따져 물어 자칫 미혼모의 삶이 부정될 수 있는 그림을 비켜간다. 대신 '남남'은 은미의 선택에 집중하며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주체성 회복에 힘을 실었다. 생부 박진홍(안재욱)을 은미, 진희 모녀와 철저하게 제3자로 분리하여 혈연 중심을 꼬집고 사회가 정한 불완전한 가족의 완전함을 통쾌하게 전달했다.
# '무빙' 한효주, 이런 '초능력자 엄마'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효주는 '무빙'에서 초능력자 엄마 이미현 역을 맡아 두 얼굴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청순함의 대명사다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과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 착용에 화장기 없는 민낯의 고3 엄마 모습을 오가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꾸밈없이 덜어낸 만큼 연기력도 물이 오를 대로 올라 말 그대로 훨훨 날고 있다.
극 중 이미현은 김두식(조인성) 아내이자 고3 아들 김봉석(이정하)을 홀로 키우는 인물. 한효주는 동안외모로 인한 주위의 우려를 딛고 이질감 없이 이미현에 녹아들며 '무빙'의 감동 재미에 한몫했다.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완벽히 표현한 블랙 요원 시절 열연도 놀랍지만, 돈가스 집을 운영하며 생활력 강한 가장의 얼굴을 인간미 넘치게 담아낸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애지중지 김봉석을 챙기는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는데, "내 아들은 내가 지킨다"라는 가냘픈 외모와 상반된 의외의 강인함으로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액션까지 훌륭하게 소화, "여자 '존 윅'"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뻔한 모성애에서 탈피하며 참신한 엄마상을 보여주고 있다. '무빙'에서의 인상적인 열연으로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한 한효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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