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뱃살, 내 탓 아니야…합병증 부르는 비만, 질환 인식 필요해
"비만은 개인 탓 아냐… 환경 변화가 큰 영향"
비만 치료, 현재 건보 적용 안 돼… "질환으로 인식해야"
"우선순위 있는 것부터 단계적인 급여 논의 이뤄져야"
"먹을 게 너무 많아졌어요. 환경 변화가 가장 주된 요인입니다. 지금 교통수단 싹 다 없애면 사람들의 비만도가 급격히 내려갈 겁니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부회장(가천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비만의 발생이 개인 탓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주 움직이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먹을 게 풍족해진 환경의 변화가 비만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를 개인의 식습관 개선으로만 해결해선 안 되는 이유다.
대한비만학회(학회)는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적절한 비만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논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학회는 비만을 "주요 만성 질환으로 인식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만 치료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인정도 촉구했다.
2019년 1월부터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러나 비만 상담이나 약물 치료, 검사 등에는 원칙적으로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모두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비만으로 발생하는 당뇨나 고혈압 등 합병증에는 급여가 인정된다.
이날 박정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심사운영부 부장이 공개한 '비만수술 청구 현황'에 따르면 비만대사수술은 매해 2200여건 시행된다. 지난해에는 2237명의 환자가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비만으로 고통받는 환자 수는 훨씬 많다. 지난해 심평원 청구 건수로 확인된 비만 환자 수는 7만303명이다.
건보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두고 김 부회장은 "비만이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으로 간주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난임과 우울증, 심지어 암 사망률 증가까지 비만이 영향을 끼치는 만큼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BMI(체질량지수) 30이 넘은 사람이 채 3%가 안 됐다"며 "10년 사이에 남자의 경우 20~30대에서 10%에 육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열량 식품의 가용성이 늘었고, 급속한 도시화로 몸을 덜 사용해도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많이 나오는데 이게 굉장히 비싸다. 부유한 계층에게 훨씬 많이 쓰일 텐데 정말 비만을 주요한 만성질환으로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정책은 어떻게 될지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만 치료제는 '위고비'(Wegovy)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13㎏ 감량의 비결로 이 약을 지목하면서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위고비의 1달 처방 가격은 1349달러(약 177만원)다. 1년간 투약하면 1만6000달러(약 2100만원), 5년 비용은 8만달러(약 1억원)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는 "개인의 식습관 유전적 요인, 교육 수준, 학교 등 지역사회 환경이 다차원적으로 작용해 소아청소년 비만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고열량 식습관 놀이 문화를 지적했다. 홍 이사는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10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이 비만 아이가 스스로 교정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외부적 요인"이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환자의 우울증을 유발한다. 비만한 아이는 학교폭력에 더 자주 노출된다. 홍 이사는 "과체중 비만 남아가 학폭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는데 진료하면서 뚱뚱하다고 놀려서 싸웠다거나, 울었다는 환자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우울증 역시 소아청소년 비만 아동이 건강 체중 아동보다 더 높게 보고된다. 비만한 아이가 각종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정연희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비만이 보험 급여가 되기 위한 조건들이라든가, 세부적인 검토는 우선순위가 있는 것부터 시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며 "한 번에 급여가 되는 건 쉽지 않고, 단계적으로 우선순위가 있는 것부터 검토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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