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 늘었는데, 몸집은 더 ‘왜소’···길 잃은 ESG펀드

김태일 2023. 9. 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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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금융투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으나 국내 펀드 시장에 제대로 정착 못하고 있다.

주식형 ESG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6.93%(8월 말 기준)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성과(11.36%)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명칭에 ESG가 들어가는 12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9개는 삼성전자를 최대로 편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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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8개월 새 20개 증가..순자산은 22.4%↓
차별적인 수익률 제공 실패, 오히려 절반 수준
ESG펀드 심사 문턱 높지 않아...소급 적용도 X

독일 보르델룸 북해 인근의 한 풍력 발전소(기사 본문 내용과는 무관)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금융투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으나 국내 펀드 시장에 제대로 정착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상품은 꾸준히 내고 있지만 덩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일반 펀드 포트폴리오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차별적 성과도 제공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설정된 ESG펀드는 74개로 집계됐다. 주식형이 54개, 채권형이 20개다. 지난 2021년 말(44개·15개)과 비교해 모두 20개가 늘어났다.

하지만 상품 수의 증가가 무색하게 자금은 되레 빠져나갔다. 합계 순자산은 이 기간 4조9471억원에서 3조8386억원으로 22.4%(1조1085억원) 줄었다. 주식형은 2조6411억원에서 2조1242억원으로 축소됐고, 채권형은 2조3060억원에서 1조7144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전 세계적 투자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ESG가 국내에서도 도입·적용되고 있으나 중요도 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주식형 ESG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6.93%(8월 말 기준)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성과(11.36%)의 절반에 그쳤다.

ESG투자에는 ‘당위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환경 보호, 지배구조 개선 같이 ‘바람직한 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린 워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 따른 반감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명칭에 ESG가 들어가는 12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9개는 삼성전자를 최대로 편입하고 있다. 나머지 3개도 각각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채권형들도 금융지주채나 캐피탈채, 카드채 등 금융채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나 금융사들은 점차 ESG채권 발행을 축소하는 추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민간 금융사 53곳의 ESG채권 발행 내역을 조사한 결과 올해 들어 8월까지 발행액은 4조82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10조772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21년 발행이 급증했던 국내 ESG채권은 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 여건 악화로 지난해부터 위축됐다”며 “그나마도 사회적 채권의 비중이 80% 이상이다, 녹색채권 발행은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ESG펀드의 구성요소도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펀드 시장에 적용될 구체적 ESG 가이드라인 역시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펀드 심사시 ESG 조직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포트폴리오를 ESG 투자에 맞춰 꾸렸는지 등을 확인하지만 그 강도가 세다고 하기는 힘들다.

한 자사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ESG펀드를 표방하기만 하면 설정에 무리가 없던 과거와 비교하면 제도가 개선됐다”며 “다만 이미 설정된 상품에는 소급 적용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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