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산, 이승엽의 파격 선택··· 박지훈 생애 첫 ‘3번 타자’ 선발 출장
고졸 4년 차 두산 박지훈이 7일 잠실 KIA전 1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다. 5강 진출을 위한 악전고투 속 파격에 가까운 선택이다.
두산은 이날 1·2번에 정수빈과 김재호, 4번에 양의지를 배치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배치다. 3번 박지훈이 눈에 띈다. 2020 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해 프로 통산 18타석이 전부다. 선발 출장도 2021시즌 10월 24일 LG전 1경기가 전부다. 그해 시즌을 마치고 현역으로 입대했고, 지난 6월 전역했다.
박지훈은 전날 경기 중 투입돼 9회말 1사 1루에서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1-7로 대패한 두산이 얻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어제 안타 하나 쳤다고 3번으로 나가는 건 아니다”면서 “스윙이 좋다.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라고 느꼈다. 어제 한 타석으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선발로) 나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모처럼 잡은 기대를 놓치지 말라는 당부다.
이 감독은 박지훈이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끝까지 공을 따라가면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을 특히 칭찬했다. 전날 박지훈은 상대 투수 김유신에게 볼 카운트 1-2로 몰렸지만, 4구째 체인지업을 골라냈고 5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3루수 키를 넘기며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
기존 선수들이 3번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박지훈을 선택한 한 이유다. 전날 두산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3번에 배치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양의지 외에 중심타선에서 꾸준히 활약이 부족하다.
이 감독은 “스타팅으로 자주 나가는 선수들이 결과가 안 나온다. 안 좋을 때 어린 선수들이 한번씩 활약해주면 분위기도 급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선발 투수로 최원준을 냈다. 지난달 13일 이후 20여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8일부터 시작하는 삼성 4연전은 최승용-장원준-브랜든 와델-라울 알칸타라가 차례로 나선다. 9일 더블헤더 1차전에 장원준, 2차전에 브랜든이 등판한다. 이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5선발을 맡았던 김동주가 여전히 좋지 않고, 대체 선발로 내정했던 박신지도 연이은 우천 취소로 등판일이 계속 밀렸다고 장원준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는 베테랑들이 좋은 활약을 할 확률이 있지 않겠느냐”며 “(장원준이) 큰 형으로서 좋은 피칭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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