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치솟은 ‘그랜드슬램 폭염’…“이러다 선수 한 명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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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뉴욕의 폭염이 마지막 메이저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매체는 "올여름 전 세계에 기록적인 폭염을 일으킨 기후 변화의 영향"을 원인으로 짚으면서 "(이런 변화가) 선수들의 기량 발휘를 저해하고, 더 나쁜 경우 온열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에이피 분석을 보면 1988년 이후 10명 이상의 선수가 경기 도중 기권한 대회는 17번 있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유에스오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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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유에스(US)오픈 8강전을 마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랭킹 3위)는 기진맥진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8위)를 3-0(6:4/6:3/6:4)으로 완파하고 5년 만의 유에스오픈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그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짚었다. 힘이 풀린 듯 왼손이 미끄러졌다. 승리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안도감이 메드베데프의 얼굴에 묻어났다.
늦여름 뉴욕의 폭염이 마지막 메이저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테니스 그랜드슬램 중 가장 덥기로 정평이 난 유에스오픈이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하다. 뉴욕시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선수들은 네트 너머의 상대뿐 아니라 무더위와도 사투를 벌인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경기 중간 카메라를 향해 “상상도 못할 거예요. 이러다 선수 하나 죽는 꼴 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의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고, 산소 흡입기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테니스 대회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에이피(AP)는 1988년 이후 4대 메이저 대회 평균 온도를 분석한 결과 “최근 수십 년 사이 꾸준히 높아졌고 더 위험해졌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올여름 전 세계에 기록적인 폭염을 일으킨 기후 변화의 영향”을 원인으로 짚으면서 “(이런 변화가) 선수들의 기량 발휘를 저해하고, 더 나쁜 경우 온열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지난 25년간 이들 대회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은 3도다.
가장 온도 변화가 큰(약 3.5도) 대회는 호주 오픈이었지만 가장 더운 대회는 유에스오픈이다. 시즌 막바지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하드 코트는 열 흡수율이 높아 체감 온도가 8도가량 더 높아진다. 에이피 분석을 보면 1988년 이후 10명 이상의 선수가 경기 도중 기권한 대회는 17번 있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유에스오픈이었다. 2015년 16명, 2011년 15명, 2018년 14명 순으로 높았고 열 질환이 문제가 됐다.
올해도 뉴욕 곳곳에서 최고 기온이 경신됐고, 코트 위의 신음은 깊어간다. 메드베데프는 “첫 세트가 끝날 무렵에는 공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상대 루블료프도) 더는 못 뛸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어서 만약 4세트로 이어졌다면 예열된 몸이 식어 굳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찬물 샤워를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선수들은 찬물을 들이붓거나, 땀에 절은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얼음을 머리에 얹으며 정신을 다잡는 중이다.
미국테니스협회는 경기장의 개폐식 지붕을 일부 닫거나 후반 세트 사이에 10분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등 폭염 대책을 펴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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