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공부 좀 하시라”…야당 공세에 독해진 한 총리, 왜

강재구 2023. 9. 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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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정치BAR] 국회의장 ‘예의’ 당부 하루 만에 달라진 발언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님이 착각하고 계십니다. 정말 공부 좀 하세요. 여러분.”

“의원님. 패배주의에 빠지지 마세요.”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경제를 정말 무책임하게 운영한 겁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작심한 듯 쏟아낸 발언들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 첫날인 5일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인 만큼 언제나 국민에게 답변하는 자세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답변해달라”고 당부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치곤 꽤 강경합니다. 전날 비교적 부드러운 태도로 답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총리는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받았습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문재인 정부 5년 전체보다 많다면서 ‘정부가 한·미·일 협력 강화로 북한 도발을 확장억제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이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되묻자 한 총리는 “의원님이 착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민주당의 항의가 빗발치자 한 총리는 “의원님, 공부 좀 하시라”고 맞받았습니다. ‘일본과의 협력 없이 세계 6위인 우리의 국방력과 한·미 동맹만으로는 우리나라를 지킬 자신이 없느냐’는 취지의 김 의원 질문에는 “패배주의에 빠지지 마시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한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 기조를 두고서도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면 반국가 세력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별개의 문제다”라면서도 “그런 주장(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하단 주장)을 하시는 분이라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정전협정→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한 셈입니다.

경기 악화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마음을 먹은 듯 ‘전 정권’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수출·소득·소비·생산 등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나은 경제지표가 한가지라도 있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원이 넘는 빚에 의존했고, 그동안에는 국채금융 금리가 거의 제로(0) 퍼센트였다”면서 “어떻게 보면 지난 5년 동안 경제는 정말 무책임하게 운영한 거다”라고 맞받았습니다. 경기악화의 요인을 묻는 이어진 질문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처럼 하면 당장 회복된다. 빚도 500조원쯤 더 얻고 금리 인플레이션 되건 말건 금리를 낮추고 (하면 된다)…. 저희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내각 쇄신’을 위한 야당의 사퇴 요구도 일축했습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총리가 솔선수범을 보여서 사퇴를 하는 용단이 필요해 보인다. 깊게 생각해보라’고 말하자 한 총리는 단번에 “생각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 총리의 강경한 태도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5일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본회의에서 그는 ‘윤 대통령에게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을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상황이 되고 여건이 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화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발언을 쏟아낼 때도 한 총리는 특별한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에 ‘급변침’에 가까운 태도 변화를 보인 겁니다.

첫날 보인 유화적인 태도가 문제였을까요?

민주당 의원들은 하루 만에 뒤바뀐 한 총리의 모습을 두고 “누군가로부터 질책을 받은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용산(대통령실)에서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지지 말라고 지시 내린 게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다선 의원도 “대정부질문 첫날 탄핵 얘기가 나오는 데 총리가 대응을 안 했다. 대통령실로부터 한 마디 들은 게 아니면, 갑작스러운 변화가 설명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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