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명 단식에 조롱···“지금 단식하고 계신가요?”
내일 텐트 100m 옆 수산물 판촉 행사
안병길 “들러서 고등어·전복 드시길”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8일 차인데 그만하라고 말하러 갈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제 단식인지 쇼인지도 의문이지만 밤낮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지키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야당 수장의 모습보다는 ‘관종 DNA’만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단식에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의 ‘관종’ 발언 등을 두고는 여당 대표로서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타협점을 찾는 협치 노력은 외면한 채 오히려 갈등과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할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식이라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이재명표 단식, 웰빙 단식을 하는 ‘단식 쇼’”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 단식 역사의 새 장을 연 것 같다”면서 “이렇게 조롱이 되는 단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가 있는 이 대표의 건강 이상설이 민주당에서 흘러나올 것이고, 아마 다음 주에는 병원에 입원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겪는다면 검찰에서 계획하는 9월 중 조사, 구속영장 청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오는 9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로 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태스크포스(TF)가 내일(8일) 오전 국회 안에서 우리 수산물 판촉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소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 텐트 100m 옆쯤이다”라며 “이재명 대표는 내일 있을 수산물 판촉 행사에 들러서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우리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기 바란다”라고 썼다. 안 의원은 이를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이라고 했다.
안 의원의 글이 ‘단식장 앞 먹방’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우리바다지키기 TF 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측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시기에 이미 수산물 판촉 행사 준비는 진행이 많이 되어 있었다”면서 “원래 준비했던 행사는 ‘시식회’였으나 예상치 못한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행사명과 행사 내용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의 SNS 게시글에 대해 “안 의원의 생각을 알아보겠다”면서 “내일(8일) 행사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음식을 먹는 행사는 안 했으면 좋겠다, 판매·홍보 정도로 축소해서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단식 중인 이 대표의 천막을 찾아가 전날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의 도중 자신에게 ‘쓰레기’라고 소리친 것에 대해 항의하고 해당 의원을 제명시켜 달라고 말했다. 원내 문제를 담당하는 원내대표나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아니라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간 것이다. 태 의원은 천막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과 언쟁을 벌였고, 이 대표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 나왔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금 민주당의 대표께서 단식을 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단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의원석에 있던 한 국민의힘 의원이 “단식인가, 다이어트인가”라고 소리쳤다. 위 의원이 “말 똑바로 하세요”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한테는 (민주당) 동료 의원이 쓰레기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이 김정은의 편을 든다”고 하자 박영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쓰레기”라는 비판을 받은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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