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손 내민 푸틴…우크라전 탄약·무기 부족도 한 요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은 18개월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무기 확보가 시급한 탓이란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통해 여러 전선에서 조금씩 전진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어 푸틴으로선 더욱 마음이 급할 것이란 관측이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전선의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 후퇴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로보티네를 탈환했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부인하다가 보름 만에야 '전술적 후퇴'라면서 마지못해 시인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은 로보티네에 이어 인근 베르보베, 토크마크를 되찾고 남쪽 아조우해 해안까지 진격함으로써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뚫은 것은 삼중으로 구축된 러시아군 방어선 가운데 한겹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측은 상당한 경각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USA 투데이는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의 엑스(옛 트위터) 글을 인용, 전선과 가까운 러시아군 점령지의 러시아 측 행정당국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봉기를 우려해 불심검문과 수색을 실시하고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황이 러시아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데는 포탄과 무기 부족이 한 요인이 됐을 것이며, 이것이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제 무기에 관심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서방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엄청난 속도로 탄약을 소모하고 있다"면서 이런 양상은 우크라이나군도 동일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서방 연합으로부터 대량의 탄약과 중화기, 탱크, 미사일, 전투기 등을 원조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다른 나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제재받을 가능성이 커서다.
볼턴은 그런 상황에서 이미 '왕따국가'로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처지인 북한에 러시아가 손을 내민 것은 놀라울 것이 없고,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한 무기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이런 선택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USA 투데이는 "이전 수십년간 러시아와 북한은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는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운 동맹을 구축 중이란 징후가 있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도움이 필요하고, 북한은 역내에 영향력 있는 동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이에 일부 이유가 됐다"고 풀이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북한에 파견해 군사협력 확대를 약속했고, 최근에는 양국 간에 무기거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어 4일에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김 위원장이 오는 10∼13일 동방경제포럼(EEF) 행사가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앞서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경고했듯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면서 "결국 쇼이구 장관의 7월 방북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쇼이구 장관 방북 이후에 또 다른 러시아 당국자 무리가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위한 후속 논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고 지난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동방경제포럼 때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현대사와 미·소 냉전기 동아시아 외교 전문가인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황인구 교수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담이 이번 달에 실제로 개최되지 않고 향후 2~3개월 이내에 열린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건 매우 예상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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