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정' 공동판매 종료 앞둔 HK이노엔…행복한 고민 속 변수는

정기종 기자 2023. 9.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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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내 출시 이후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1위 선두 급성장
출시부터 공동판매한 종근당과 올해 계약 만료…재계약 논의 속 신규 제안 접수 중
자체 영업망 활용한 단독 판매 가능성도…후속 품목 성장 및 가세 등 경쟁 심화는 변수


HK이노엔이 종근당과의 '케이캡정' 코프로모션(1개 품목을 2개 업체가 공동판매) 계약 종료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종근당과의 협업 지속 또는 새로운 파트너 모색 여부가 관건이다. 단기간 내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케이캡 지위에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자체 판매 전환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쟁품목의 성장세와 후속 품목 가세 등은 변수로 남아있다.

7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월 종근당에 케이캡 코프로모션 계약 만료 통보 후 재계약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다수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있다. 양사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만큼 계약 연장 또는 신규 파트너십 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HK이노엔은 지난 2018년 7월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을 국산신약 30호로 허가받았다. 견고한 유통망을 구축한 종근당과 2019년 1월부터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제품이 출시된 3월부터 공동판매 해왔다. 계약기간은 올해 만료된다.

양사 코프로모션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은 케이캡의 존재감이다. 케이캡은 글로벌제약사인 다케다 품목에 이은 두번째 P-CAB계열 신약이라는 점과 경쟁약물 대비 단축된 약효 발현 시간 등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출시 이듬해인 2020년 국내 시장 1위 처방 품목에 오른 뒤, 2021년에는 1107억원의 처방액으로 블록버스터 품목에 등극했다. 국산신약 가운데 세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1321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뒤, 올 상반기 755억원이 처방되며 또 한번의 경신을 예고했다.

케이캡 판매 호조는 HK이노엔 매출액이 지난 2020년 5153억원에서 2022년 8465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핵심동력으로 작용했다. 종근당 역시 전체 매출액의 10%에 가까운 비중을 케이캡으로 채우며 양사 모두에 효자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칼자루는 HK이노엔이 쥐고 있다. 케이캡이 성장하는 데 종근당의 역할이 작지 않았지만, 이미 시장 대표 품목으로 자리잡은 만큼 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과의 재계약에서 수수료율을 현재 보다 낮추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또 다른 제약사와 신규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 유력하다.

HK이노엔 역시 자체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독자 판매 전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출시된 케이캡 구강붕해정(혀에 놓고 녹여서 복용하는 형태)은 HK이노엔이 독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4.2%였던 구강붕해정의 케이캡군 내 실적 비중은 올해 6월 17%까지 늘며 영업 경쟁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회사가 케이캡 외 백신이나 수액, 중추신경계(CNS) 품목 등도 보유 중인 만큼 기본적인 유통망은 보유하고 있다"며 "이미 확보된 거래선 역시 1만~1만5000개 정도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 심화가 전망되는 시장 상황은 변수로 남아있다. 지난해 출시된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대표적이다. 같은 P-CAB 제제 후발주자로 케이캡에 비해 처방액은 적지만, 출시 1년 만에 누적 처방액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케이캡이 펙수클루 보다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펙수클루가 2차 평가 지표로 삼은 만성 기침에 대한 효과에 대한 근거를 P-CAB 약물 중 유일하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제일약품 역시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자스타프라잔'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전체 P-CAB 품목 자체가 소수인 탓에 아직은 동일 제제가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지만, 경쟁 품목이 늘어날 경우 점유율 싸움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 심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구축된 전통제약사 유통망을 통한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HK이노엔이 재계약 또는 신규 전통제약사와의 계약 가능성을 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며 "다만 케이캡이 올해부터 해외 진출국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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