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 자녀 자폐 위험 높여"

부산=문세영 기자 2023. 9. 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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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을 '모체 면역 활성화(MIA)'라고 한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면역이 활성화된 모체에서 태어난 자녀는 자폐증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게 동물실험 수준에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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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최 MIT 교수 "코로나19의 경우는 미확인...감염 안되는 게 최선"
글로리아 최 MIT 교수가 7일 제26회 한국뇌신경과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뇌신경과학회 제공.

임신 중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을 ‘모체 면역 활성화(MIA)’라고 한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면역이 활성화된 모체에서 태어난 자녀는 자폐증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게 동물실험 수준에서 확인되고 있다.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6회 한국뇌신경과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KSBNS 2023)’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선 신경과학자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심각한 수준의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가 ‘사회성 결여’ 등 자폐증 행동 표현형을 나타낸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쥐 실험 결과 면역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은 어미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는 다른 쥐와 상호작용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반면, MIA 모체에서 태어난 쥐는 동료 쥐보다 장난감 주변에 머무는 특징을 보였다. 

모체가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면역세포 ‘Th17’에서 면역 단백질인 ‘인터루킨-17a’가 분비되는데 이 단백질이 태아의 뇌세포에 영향을 미쳐 새끼 쥐가 자폐 유사 행동을 보이게 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대뇌피질의 S1DZ 영역이 자폐 증상과 연관을 보인다는 점도 발견했다. S1DZ는 자기수용감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피질 영역이다. 자기수용감각은 뇌가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만드는 감각으로, 이를 통해 신체 운동을 제어할 수 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길을 걷고 키보드를 치는 등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자기수용감각 작용 메커니즘과 연관이 있다. MIA 모체에서 태어난 새끼 쥐는 이 부분이 과활성화돼 있어 정상적인 사회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자폐 유사 증상을 보였다. 

최 교수는 발열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행동 증상을 완화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자폐증 아동이 발열 증상을 보이면 일시적이지만 남과 눈을 맞추고 말을 하는 등 완화된 증상을 보인다. 최 교수는 쥐 모델 연구를 통해 자폐 증상이 있을 때 열이 나면 사회적 행동이 개선되는 현상을 확인했는데, 열 자체가 증상을 개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열이 발생할 때 뇌로 면역조절인자인 사이토카인이 유입된 것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면역분자가 뇌의 기능과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했다. 최 교수는 면역체계와 뇌의 상호작용, 상호작용이 신경발달과 행동, 기분 등에 미치는 연구를 지속하면 자폐 증상 등을 완화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최 교수는 ”감염과 관련한 염증 면역 활성화는 사회적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자폐 증세뿐 아니라 식욕, 불안증, 수면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면역시스템을 활용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뿐 아니라 치매, 정신장애 등을 위한 예방 방법, 치료제 등이 개발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렸을 땐 어땠을까. 산모의 코로나19 감염과 자폐증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중심 의료체계가 꾸려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19와 감기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알 수 없지만 최 교수 연구에서 산모의 감염증과 태아의 건강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고령층은 물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임신부 등도 가급적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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