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재산내역에 딸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 빠졌다, 왜?

김희진·김혜리 기자 2023. 9. 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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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대 관현악단’ 보스턴 심포니 단원
호가 100억원 넘는 악기 무상 대여 중
이 “재산등록 대상 해당 않아 미신고”
현행법, 500만원 이상 예술품 등록대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8.30.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의 딸이 수억원대로 알려진 첼로를 무상으로 대여받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 측은 실력과 명성을 갖춘 음악가에게 악기를 빌려주는 외국기관으로부터 대여받은 것이며,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이 후보자의 딸 A씨는 고가의 첼로를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익명의 스폰서로부터 프란체스코 스트라디바리우스(Francesco Stradivarius)를 대여받아 연주한다’고 썼다. A씨는 2017년에는 로렌조 스토리오니(Lorenzo Storioni) 악기를 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는 17~18세기 이탈리아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일가가 만든 것으로, 전세계 약 60대 뿐이며 통상 호가가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계에선 실력이 입증되고 대중에게 알려진 연주자 일부만 대여할 수 있는 악기로 통용된다.

한국에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최근 신예로 주목받는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는 지난 1월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후원받았다. 로렌조 스토리오니 악기 역시 18세기에 만들어진 귀한 악기로 음악가 대다수는 재단에서 후원받아 사용하며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측은 “딸은 세계적으로 실력과 명성을 갖춘 음악가에게 악기를 대여해주는 외국기관으로부터 첼로를 무상 대여받아 사용한 바 있다”며 “재산을 무상 대여받는 경우에는 반환채무가 재산등록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별도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에게 악기를 대여해준 기관과 첼로의 악기명, 대여기간·조건 등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악기 대여 기관이 국내 대기업 계열 문화재단 등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A씨는 ‘크리스틴 리’라는 활동명을 지닌 유명 첼리스트로 미국 5대 관현악단 중 하나로 꼽히는 보스턴 심포니의 첫 아시아 여성 첼로 단원으로 발탁됐다. A씨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와 플로브디프 콩쿠르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이밖에 딸 A씨가 20년간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첼로가 있다면서도 “재산 등록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가의 첼로가 아닌 데다 가액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윤리법이 정한 등록대상 재산 종류에 연주도구 등은 명시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처음 재산을 등록한 2009년부터 한 번도 A씨의 첼로를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다수 악기가 ‘예술품’으로 신고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배우자 명의 하프 3점(총 1억3000만원)을,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배우자 명의 더블베이스(6300만원)를 재산으로 등록했다. 이충면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은 딸 명의 연주자용 플루트(1300만원)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공직자윤리법이 ‘500만원 이상 골동품 및 예술품’을 등록대상 재산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후보자는 가액이 10억원에 달하는 비상장 주식을 신고하지 않아 ‘재산 축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00년부터 처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가액은 이 후보자와 배우자, 두 자녀가 각각 2억4731만원씩 총 9억8924만원에 달한다. 이 후보자는 뒤늦게 이를 신고하면서 2020년 시행된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비상장주식도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했는데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승남 의원은 “이균용 후보자 딸이 사용하는 첼로는 세계 3대 현악 명기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 가문에서 1700년대 만든 수억원대 희귀 첼로”라면서 “클래식계에서 악기 소유자가 유명 연주자에게 악기를 임대해주는 관행이 있다고 하나, 임대 당사자가 대법원장 후보자의 딸인만큼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첼로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계약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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