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km 열차 치여 숨진 伊인부들... 참변 직전 영상에 담긴 ‘이 말’
기차 올 것 알면서 작업 강행한 정황
“여러분, 제가 ‘기차’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세요.”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의 브란디초역에서 선로작업 중이던 인부 5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하기 직전 촬영된 영상에 담긴 발언이다. 이들이 기차가 올 것을 미리 알고도 작업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 안사(ANSA) 통신은 사망자 5명 중 한 명인 케빈 라가나가 사고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라가나의 모습과 함께 한 인부가 선로 아래 밸러스트(철도의 선로에 깔거나 콘크리트 따위에 섞는 자갈)를 제거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여러분, 제가 ‘기차’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다른 이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어 다른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라고 묻자 울타리를 가리키며 “이쪽으로”라고 답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인부들은 열차가 작업 중에 지나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이탈리아 일간지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현장에 있던 이탈리아 철도 네트워크(RFI)의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 영상을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7분께 브란디초역 인근에서 RFI의 하청업체 소속 인부 5명이 선로에서 작업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열차는 시속 160㎞의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으며, 객차 11량에는 승객이 없었다.
같은 회사 소속 작업팀 감독자와 RFI 직원도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 이들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안사통신은 사고 당시 관제센터 직원이 세 차례나 작업 승인을 거부했음에도 작업이 강행됐다고 전했다. 당국은 열차의 운행 사실 전파와 작업 지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RFI측은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작업은 반드시 열차 운영 중단하기 위한 서면 허가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서면 허가에 따라 승인된 시간에 작업이 수행된다”며 “우리가 스스로 갖춘 이 시스템에 예외는 없다. 이같은 방침은 계약자와 하청업체에도 모두 적용된다”고 밝혔다. RFI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관할 당국에 즉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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