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車 할부 갈아타는 상품 출시에 카드·캐피탈사 ‘긴장’
카카오뱅크도 연내 상품 출시 계획
다만 DSR 규제나 영업창구 부족 등 한계도
케이뱅크의 자동차대환대출 상품 출시를 놓고 제2금융권인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업권 특성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동차대환대출 상품 등장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나 대출 한도에서 2금융권 경쟁력이 있는 만큼 고객 이탈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4일 인터넷전문은행 최초 자동차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에서 신차, 중고차 등 자동차 구매를 위해 받은 대출 전액을 케이뱅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케이뱅크는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2금융권으로부터 대환 고객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자동차대환대출 최저금리는 이날 기준 연 4.77%(신차 대환 기준)인데 2금융권 최저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신차인 현대 그랜저를 할부(현금구매 비율 10%, 대출 기간 12개월)로 조회하면 공시되는 카드사 및 캐피탈사 상품의 최저금리 평균은 연 6.39%다.
케이뱅크 자동차대환대출은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월납입금 부담 완화를 위해 최대 10년(신차 할부 대환 기준)까지 보장한다. 중고차의 경우 최장 5년이다. 카드사 및 캐피탈사의 신차 할부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할부기간이 긴 편에 속한다. 또 2금융권 자동차대출을 1금융권인 케이뱅크로 갈아타게 되면서 신용점수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동차 대출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도 오토론 담당 인력 등을 갖추고 연내 출시를 목표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초부터 자동차금융 경험이 있는 여신 담당자를 영입하는 등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속속 자동차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신용대출에 집중돼있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함이다.
그간 자동차대출 시장은 카드사 및 캐피털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자동차대출 경쟁력이 높다. 시중은행의 자동차대출의 경우 DSR 산정에 포함되는 반면 카드사 및 캐피탈사는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시중은행 자동차대출은 오토론을 보증하는 서울보증보험(SGI)의 보증금 한도 제한에 따라 자동차대출 한도가 신차 기준 6000만원, 중고차 기준 4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별다른 한도 제한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털사와 대조된다.
이에 카드사 및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수익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우리카드 등 6개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수익은 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189억원) 늘어났다. 반면 시중은행 자동차대출 잔액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자동차대출 잔액은 3조5138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165억원) 대비 12% 급감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동차대출 시장 진출이 2금융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1금융권인 만큼 자동차대출이 DSR 산정에 포함된다. 또 케이뱅크 자동차대출은 보증기관 없는 자체 상품이지만, 케이뱅크는 신차 기준 8000만원, 중고차 기준 5000만원의 자체 한도를 설정해 뒀다.
아울러 자동차대출의 경우 영업사원을 통한 가입률이 높은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유입이 적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자동차대출의 경우 개인이 직접 비대면으로 가입하기보다는 자동차 영업사원 추천에 따라 가입하는 경우가 크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아무리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동차대출 금리를 낮게 준다고 하더라고 대환 고객이 크게 늘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 경쟁력이나 신용점수 등 측면에서 1금융권인 케이뱅크의 상품이 유리한 면이 있어 2금융권 고객 이탈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고객별 적용 조건이 다를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 등 부분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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