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이민자 막기 위한 ‘수중장벽’ 설치 불가”
미국 법원이 텍사스주가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수중장벽 설치에 제동을 걸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 서부 법원은 텍사스주가 리오그란데강에 설치한 수중 부표를 오는 15일까지 텍사스 쪽 강둑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텍사스주의 수중장벽이 연방정부의 허가 없이 설치됐고, 공공 안전과 이웃국가와의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텍사스주는 이 부표 장벽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오는 이민자 수를 현저하게 줄였다는 어떤 믿을 만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7월 이민자 밀입국 차단을 목적으로 수중장벽을 설치했다. 텍사스주는 남부 국경도시 이글패스 지역의 강물에 부표를 띄워 연결한 약 305m 길이의 장벽을 설치하고 강둑에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부유식 장벽은 항해와 공공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인도주의적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미국의 외교 정책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수중 장벽을 철거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걸었고, 텍사스 서부 법원은 이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이 수중장벽의 부표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철조망이 달려 있으며, 이 철조망을 넘어오려는 밀입국자들을 강물에 다시 밀어 넣으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군의관의 폭로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텍사스주 방위군이 한 무리의 밀입국자를 멕시코 쪽으로 몰아낸 뒤, 38도의 무더위 속에 4세 아이가 기절한 사례를 비롯해 철조망에 걸린 19세 여성이 유산한 사례 등 수중장벽의 비인도적 문제들이 지적돼왔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애벗 주지사 측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개방적 국경 정책으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텍사스의 주권적 권한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며 “텍사스는 이 싸움을 연방 대법원까지 가져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 정부도 성명을 내고 “국경에 설치된 부표를 영구적으로 철거해야 하는 시급성과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최종 해결을 위해 계속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멕시코 정부는 이 장벽이 양국 간 조약을 위반하고 멕시코 영토를 침범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외교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간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주요 월경 통로가 돼온 텍사스주의 공화당 주정부는 이민자 문제 해법을 놓고 연방정부나 민주당 주정부들과 대립해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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