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마음대로 못 입나?…중국, 민족감정 해치는 옷 금지
구체적 ‘의상’에 관한 정의는 없어
일각선 ‘일본 기모노’ 겨냥 해석도
중국이 공공장소에서 민족감정을 해치는 옷을 입거나 발언을 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치안관리처벌법’(개정 초안)을 발표하고 주민 의견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 법률 개정안은 시험 부정행위, 다단계 판매, 대중교통 운전 방해, 무허가 드론 비행 등에 대한 벌칙 조항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표식을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 등도 위법 행위로 명시했다.
당국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최대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와 함께 5000위안(약 91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법률 개정안에 명시했다. 문제는 ‘중화민족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이나 ‘중화민족 감정을 해치는 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법률 개정안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반일 감정을 자극한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민족의 원한을 부추기는 옷차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윈난성 다리시에서는 중국인 여성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지에 입장하려다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받았고, 지난해 8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도 한 여성이 일본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다가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BBC는 온라인에서 해당 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 집행자가 국민의 ‘감정’이 언제 ‘상처’를 입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중국 누리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는 것도 포함되나?” “마르크스주의는 서구에서 시작됐다. 중국에서도 그 존재가 국가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될까”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의 법률 전문가들도 이 법의 모호한 문구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법대학의 자오 홍 교수는 “(이 법은) 명확성이 결여돼 있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법 집행자(일반적으로 경찰관)가 개인적인 해석을 가지고 법의 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BBC에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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