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한국인 셰프 박정현의 성공비결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정현 셰프(39)는 현재 세계 미식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6월 발표된 ‘2023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그가 운영하는 모던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8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미국 미식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에서도 그는 뉴욕주 최고의 세프로 뽑혔다.
세계 미식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위 있는 상을 한식 기반의 레스토랑이 받았다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그는 교포나 유학파가 아닌, 국내파다. 10년 전 뉴욕으로 건너가 2016년 한식 캐주얼 레스토랑 ‘아토보이’를 열고 현지의 호응을 얻으며 한식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2년 뒤 아토믹스를 개업했다. 지난해에는 록펠러센터에 ‘나로’라는 한식당도 추가로 열었다.
한국의 맛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그가 최근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과의 협업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7일 서울 강남구 쉐이크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이뤘다고 하기에 놀라운 성과다.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들 열심히 일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분들이다. 모두 알다시피 최근 몇 년간 한국문화, 그리고 한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나. 운과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뉴욕만 해도 지난 5년간 정말 많은 종류의 한식 레스토랑이 생겨났다. 그전만 해도 한국식당에 가보면 유학생이나 주재원, 한국에서 관광하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현지인들, 뉴욕을 방문한 또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이 정말 많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기의 실체가 느껴진다.”
-관심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예전에는 치킨이나 비빔밥과 같이 특정한 음식을 아는 차원에서 그쳤다면 지금은 근본적인 맛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화제를 꺼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한국의 장이 어떤 원리에서 맛을 내는지, 나물이 주는 슴슴한 맛의 비결에 관한 것 등이다. 우리 매장에서는 고객들에게 한식 재료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메뉴 카드를 제공하는데 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많고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 여행을 하고 싶다는 분들도 정말 많아졌다.”
그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선 메뉴의 이름을 한글 소리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다.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이소스’로 쓰는 대신 ‘간장’이라는 우리 단어를 그대로 쓰는 식이다.
-한글 명칭을 그대로 쓰는 이유가 있나?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추장만 봐도 그렇다. ‘퍼멘티드 칠리 페이스트’라고 풀어 쓸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소통하면 특별함이 없어진다. ‘고추장’, ‘간장’이라고 입으로 이야기하고 맛을 본 손님에겐 그날의 경험이 특별하고 오래가는 기억으로 남는다. 또 이런 경험을 한 손님들과 더 좋은 관계가 이어진다. 이는 결국 단어가 갖는 힘이자 우리만의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의 매력,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먹어 온 생활 문화가 한식이다. 비빔밥이나 불닭볶음면으로 처음에 관심을 끌었다면, 이제부터는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단순한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우리가 밥을 먹는 방식도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도 많다.”
한편 그는 쉐이크쉑과 협업한 아토버거 세트 메뉴를 9일 하루 동안 서울 강남대로점에서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새우패티에 바삭하게 튀긴 해시 브라운, 상큼한 유자칠리소스를 더해 산뜻한 맛을 낸 ‘아토버거’, 수정과 베이스와 호두정과를 더한 ‘아토 수정과 쉐이크’, 감자튀김인 ‘아토 프라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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