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장 “디지털 혁신으로 환자중심 병원 실현”

배옥진 2023. 9. 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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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원장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안양에 위치한 한림대성심병원 맞은편에는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DIDIM)'가 자리했다. 이 곳은 통상적인 병원의 디지털 추진 조직과 다르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의료진과 외부 협력기업, 사무직 등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오픈 싱크탱크'다.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쏟아져나오는 의료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외부 전문기업이 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체계가 짜여있다. 연구자와 기업이 함께 과제를 도출·시험하고 현장에서 실제 활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디지털 의료 혁신 확산의 허브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장은 지난 2017년 3월 한림대성심병원장으로 취임한 후 총 3번 연임하며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재단의 전략적 판단이다. 유 원장은 2018년 AI센터 신설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설립작업까지 주도했다.

유경호 원장을 만나 한림대성심병원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비전을 들어봤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원장(왼쪽)이 권건호 전자신문 벤처바이오부장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대담=권건호 전자신문 벤처바이오부장

-대형병원들이 활발하게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가운데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같은 형태는 흔치 않아보인다.

▲의료계에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이나 VR(가상현실) 등을 연구하는 개별 연구소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세계 유수 연구소들도 이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도헌연구소처럼 의료계와 밀접하게 연계해 연구개발하는 사례는 없다.

한림대의료원은 2019년 '2028 마이티 한림 글로벌 플레이어(Mighty Hallym Global Player)'를 비전으로 선포했다.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지 못하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배경이 됐다.

병원의 디지털 혁신 강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 직원을 많이 독려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재단이 디지털 혁신 중요성에 공감하고 병원에서 요청하는 디지털 관련 투자를 최종 결정한다. 그동안 정말 빠르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줘서 도헌연구소와 병원이 많이 성장했다. 병원에서 의료,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 융합 연구를 시도하는 것은 큰 흐름이 된 것 같다.

한림대병원은 AI 중요성에 따라 2018년 'AI센터'를 설립했고, 2019년에 '커맨드센터'를 신설했다. 커맨드센터는 신기술을 적용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해 디지털 혁신 효용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통역사' 역할을 한다. 신기술을 적용한 설비나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담 조직이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커맨드센터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도출하고, 기술·서비스를 고도화에 활용한다.

2021년 4월에는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를 신설하면서 기존에 있던 AI센터와 커맨드센터를 연구소에 편입시켰다. 동시에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했고 데이터 전략 오피스도 새로 마련했다.

이듬해에는 Ei-청능개발센터와 덴탈 로봇 연구개발센터를 각각 신설했는데 이후 연구소로 편입됐다. 현재 총 6개 센터가 연구소에 소속돼 있다.

연구소에는 2020년 교수진 9명이 있었는데 올해 기준 20명으로 늘었다. 연구소 소속이더라도 추가 수당을 더 받지는 않는다. 모두 디지털 의료 혁신에 뜻이 있어 스스로 연구소에 들어와 연구개발을 하는 인재들이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병원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각 센터별 연구성과가 상당할 것 같다.

▲병원장 취임과 도헌연구소 설립 후 AI, VR, 데이터, 로보틱스 등 미래 의료 기술을 활발하게 연구해왔다. 의료 현장에 직접 적용해 실증하면서 다양한 성과도 도출했다. 흩어진 신 의료기술 모듈을 하나로 합쳐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전주기 의료 서비스 형태를 만드는 것이 도헌연구소의 경쟁력이다.

AI센터에서는 다양한 임상과와 협업해 의료AI 개발 연구기반을 마련했다. 눈꺼풀 악성 종양진단 AI, 소아 두개골 골절 진단 AI, 뇌혈관질환 조기진단 AI, 안저 멀티패널 이미지를 이용한 고혈압 진단 AI, 유방암 진단 AI, 유전체 기반 뇌질환 AI, 조산예측 AI 등 다양한 성과가 있고 상용화한 사례도 있다.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의료데이터 기반의 다기관 융합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히어로(HERO·Harmonic intEgrated Research platfOrm)'를 SK C&C와 함께 구축했다.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지원사업에 2021년부터 지속 참여해온 결과물이다.

현재 환자 260만명의 191테라바이트 용량 데이터를 구축했다. 정부의 암 데이터 구축(K-CURE)사업에도 참여해 작년에 유방암, 올해 대장암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 데이터 기반으로 공동연구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Ei청능개발센터도 성심병원의 자랑 중 하나다. 청능재활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술 특허 3개를 출원했다. 의료벤처기업인 뉴로이어스와 함께 신기술 청능 훈련 프로그램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관련 방음시설을 갖추고, 실제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치과로봇수술센터도 성심병원과 도헌연구소의 기대가 큰 도전이다. 국내 처음으로 임플란트 수술에 치과로봇을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병원장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커맨드센터에서 마치 관제센터처럼 병원 내 주요 디지털 서비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이색적이다.

▲대형병원들이 지난 수년간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해왔는데 이제 한계에 달하고 있다. 거액을 들여 병원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놓고도 정작 제대로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 직원이 디지털화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벽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전 직원이 함께 하는 혁신문화다. 통상 외부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보유했고 원천기술도 외부 기업이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병원 업무에 단순히 적용하면 겉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헌연구소 내 커맨드센터가 주축이 돼서 처음부터 외부 기업과 병원 실무진 간 끊임없이 논의하고 만나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한다.

이처럼 병원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기하려면 해당 업무를 잘 조율하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도헌연구소 내 커맨드센터가 이 역할을 한다. 디지털 혁신 기술·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움직이는 팀을 가진 병원은 국내에 없다.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커맨드센터 구조와 역할을 공부해가기도 한다.

신기술·제품이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런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하다. 성심병원도 실패를 많이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의료서비스 로봇도 좋은 사례다. 성심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인 72대 로봇(6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위치를 안내하는 가이드 로봇, 입원 환자에게 입원 절차나 검사를 설명하고 응급상황 시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전달하는 환자가이드 로봇(비대면다학제 로봇), 배송 로봇, 소독용 방역 로봇, 만성질환자가 퇴원 후 이상질환을 체크하기 위해 가정에 배치하는 홈케어 로봇을 실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림대성심병원은 배송로봇으로 일반약제를 해당 병동에 이송할 때 담당 간호사 아이디로만 열리게끔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병원과 외부 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병원과 외부 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이유로 의료서비스 로봇을 국책과제로 시범 도입한 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로봇 공급사는 실제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고 개발 단계에서 멈출 수밖에 없어 문제다. 실제 사용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스마트병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담당 직원의 단순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본연의 중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병원장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도헌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해외 수출할 계획도 있나.

▲현재 커맨드센터에서 디지털 트윈 모델 2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중요하다. 병원 인력과 자원을 가상환경에서 미리 예측해 이상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외래운영과 입원병동 운영 최적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국내 첫 임플란트 수술 로봇 개발 프로젝트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어서 관심이 크다.

원격환자모니터링센터(UPCC)에서 일반 병동의 고위험 심혈관 환자에 의료용 사물인터넷(IoMT) 장치를 부착해 활력 징후를 체크하고 원격으로 환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 기반으로 AI 예측진단 솔루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도헌연구소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다른 국내외 병원이나 정부가 공부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달 말에도 해외 정부 방문이 예정돼 있다. 아시아 기준으로 봐도 성심병원 성장이 빠른 편이다.

해외 병원에 우리의 디지털 시스템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현업에서 제대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커맨드센터 같은 업무 통역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세계 최일류 스마트 병원을 구현하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이 전환점이다. 지금까지 AI, VR, 데이터 등 각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해왔다. 이제는 기술 간 연계가 필요하다. 그동안 방대하게 쌓아온 데이터를 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재 의료시장은 공급자인 병원 중심이다. 표준 치료법을 제공하고 사망 확률을 고지해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수준이다. 환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완전히 달라진다. 해당 질환에 대한 우리 병원의 수술 성공률이 90%라면 A환자 성공률은 70% 정도 된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환자 개인 데이터와 병원이 보유한 10년치 성공률 데이터를 접목하면 이런 맞춤형 정밀 치료가 가능해진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구축한 시스템을 환자에게 돌려주기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스마트 시스템을 갖춘 신관 건설도 중요하다. 신관은 병상 증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혁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곳이다. 환자 입장에선 공간은 2.5배 넓어지고 더 스마트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

2년 전부터 신관 디자인에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등 비전을 새롭게 반영하고 있다. 병원 외부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운행을 고려하는 등의 설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스마트병원 이노베이션에 대한 절실함이 숨어있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병원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경호 원장은…

1985년 한림대 의예과 입학 후 1996년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7년 고려대 대학원 의학박사학위(신경과)를 취득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최우수논문상, 2004년 대한치매학회 최우수논문상, 2005년 대한뇌졸중학회 우수연구자상, 2021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각각 수상했다.

2003년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로 부임한 후 2014년 진료부원장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한림대성심병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보건의료 데이터 정책 추진과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12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정부출연과제에도 다양하게 참여했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 심뇌혈관질환 응급대응 및 치료역량 강화를 위한 임상현장 이행 제고 전략 개발연구'(2020년~2022년), 보건복지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2021년~현재),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지원 사업(2021년), K-CURE 임상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사업(2022년~현재), 가상환자·가상병원 기반 의료기술개발사업(2023년 4월~현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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